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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쏟아지는 '이재용 사면론'…역대 기업인 사면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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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이재현·최태원…MB, 정몽구·이건희 등 사면

당시에도 정·재계서 "경제 살리기" 목소리 봇물

논란있지만 메르스·금융위기서 도움 주기도

재계 "반도체는 세계전쟁…대승적 결단 내려야"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재계는 물론, 종교계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투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가운데 역대 기업인들의 사면 사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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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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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이재현·최태원…MB, 정몽구·이건희 사면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재계와 종교계 등 각계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해만 두 번째 호소문을 쓰는가 하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사면을 건의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지난 20일에는 대한불교 조계종까지 나서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과 함께 역대 기업인들의 사면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사면 중에서도 기업인들이나 정치인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사면은 ‘특별사면’이다. ‘광복절 특사’와 같이 특사라고도 불린다. 특별사면은 형을 선고받은 자를 대상으로만 이뤄진다.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해야 한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 마음 먹기에 달린 셈이다.

가장 최근 특별 사면을 받은 주요 기업인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1657억원 규모의 횡령·배임·탈세 등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됐다. 이후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했으나 2016년 7월 건강상의 이유로 상고를 자진 취하해 형을 확정 받았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8월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08년과 2015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회장은 수백억 원을 횡령한 죄로 지난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앞선 1·2심 구속 기간을 포함해 총 2년7개월을 복역하며 역대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오래 수감됐다. 이후 최 회장은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특사로 석방됐다. 이에 앞서 2003년 2월에도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2008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특사로 풀려났으며, 2009년엔 고(故)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특별사면을 받았다. 정 회장은 10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2006년 구속기소돼 2008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은 200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 발행한 것과 관련한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반복된 기업인 ‘사면’ 논란…“경제 살리기 효과 생각해야”

이들 기업인들이 ‘특사’를 받을 당시에도 지금과 같이 기업인들의 ‘사면’은 뜨거운 이슈였다. 정·재계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여건이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근혜 정권 당시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이명박 정권 땐 ‘글로벌 금융위기’가 경제를 덮쳤다.다만 ‘대기업 특혜’라는 여론도 만만찮았다. 박근혜 정부는 특별사면권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당시 기업인들이 사면으로 풀려나면서 실제로 적극 투자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다.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이 사면된 2015년 경기 이천에 설립한 최첨단 반도체 공장 M14를 포함해 생산시설 3곳을 국내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CJ그룹도 이 회장의 경영 복귀 후 글로벌 문화 산업에서 한국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등 성과를 냈다는 평을 받는다.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IOC 위원으로 적극 활약해 평창올림픽 유치에 기여했다. 정 회장도 금융위기 속에서도 총 2400여개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협력업체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미국 시장 점유율도 눈에 띄게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서는 사면권자인 문 대통령이 과거 대선후보 시절 뇌물 등 5대 중대범죄자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격화하는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 각계의 요구가 커지면서 특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시장은 그야말로 세계 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 점에 대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과거 특사로 풀려난 기업인들의 성과를 고려해본다면 정부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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