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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절박한 백신 수급···정·재계 "이재용 '백신 특사' 맡기자"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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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백신 외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백신 수급이 절박해지자, 정·재계에선 그동안 글로벌 인맥을 배경으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백신 특사’를 맡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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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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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신 자국주의’로 하반기 백신 수급난 심화



2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에 들어온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약 193만6500만 명분이다. 상반기 접종 목표인 1200만 명분의 16.1% 정도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모더나 백신 4000만 도스(2000만 명분)를 계약했는데, 상당 부분 상반기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며 도입 차질을 공식 인정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계약한 얀센 백신 600만 명분의 공급 일정도 불확실하다. 미국 식품의약처(FDA)가 혈전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얀센 백신에 대해 ‘생산 중단’을 명령해서다.

더욱이 미국이 백신에 ‘자국 우선주의’를 적용하면서 향후 백신 확보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신 효과 보강을 위해 부스터샷(추가접종) 여부를 여름이 끝날 때쯤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3차 접종이나 다름없는 부스터샷이 시작되면 백신 수급난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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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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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美 반도체 투자하면, 백신 공급 물꼬 트일 것”



백신 수급난 타개를 위해 정·재계에서는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공장 투자를 발표하고, 그 대신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추가 공급 받자는 제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삼성전자·TSMC·인텔 등 반도체 기업 경영진을 백악관 화상회의에 초청해 “반도체 투자가 미국 일자리 계획의 핵심”이라며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백신 스와프’를 처음 제안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신뢰에 기반한 ‘백신 동맹’을 맺어야 한다”며 “미국에서 백신을 긴급 지원받고, 추후 반도체 등의 전략물자로 갚는 등 다양한 방식의 스와프를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백신 스와프’를 위해 미국과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중을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도 있다”며 “민간 기업의 협력 확대가 미국 내 백신 스와프 여론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이 부회장의 인맥 네트워크로 백신 확보에 힘을 보태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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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반도체 관련 기업 경영진과의 화상회의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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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 규제, 코로나19 초기 때 해결사 역할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는 정평이 나 있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국내 인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초청받아 거의 매년 이 행사에 참석해왔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관련 소송 때는 2014년 이 행사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만나 소송 취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의 보아오포럼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안 아랍에미리트연합 왕세제 등과도 가까운 사이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 별세 때 부시 전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이 빈소에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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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 일정 중 인도 뉴델리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가운데 문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휴대폰 단말기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가운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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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해외 정·관계 유력 인사와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경제·외교·안보에서도 ‘막후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정국으로 한·중 관계가 불편했던 2019년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공장에 8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윤활유’ 역할을 했다. 같은 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선언했을 때도 가교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때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수입선 다각화, 우회 수출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부회장에 ‘백신 특사’ 맡겨야”



코로나19 초기에도 이 부회장은 정부 요청을 받고 다각적으로 지원했다. 마스크 대란 당시 인맥을 총동원해 마스크 원료인 MB 필터를 대량 확보했고, 이른바 ‘쥐어짜는 K주사기’ 개발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승인에도 힘을 보탰다. 정부는 지난달 이 주사기를 화이자에 수출하면서, 그 대가로 화이자 백신 50만 명분을 당겨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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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을 방문했다. 사진은 생산라인에서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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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이 부회장을 사면시켜 ‘백신 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긴급 임시 석방해 한·미 정상회담에 대동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중진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익을 생각해 역할이 있으면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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