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플로이드 죽인 경찰 재판날, 또 경찰이 흑인 소녀에 탕탕탕[영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에서 10대 흑인 소녀가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사건은 지난해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9분여간 눌러 숨지게 한 백인 경찰 데릭 쇼빈(45)이 유죄 평결을 받기 25분 전에 발생했다.

중앙일보

흑인 소녀 마키아 브라이언트(왼쪽 원)가 한 여성에게 돌진해 위협했다. 이 장면 직후 경찰은 브라이언트에게 총을 쐈다. 경찰을 브라이언트가 칼을 들고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영상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은 브라이언트에게 총을 쏠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경찰을 비판하고 있다. [WKYC Channel3 유튜브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 경찰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할 지역 안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10대 소녀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사망한 소녀가 16세 마키아 브라이언트라고 전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시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35분쯤 "한 여성이 칼로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10분 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성 청소년이 칼을 들고 다른 두 사람을 찌르려고 해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총을 쏜 경찰 몸에 부착한 카메라 '바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경찰이 한 주택가 길가에 주차하고 내리던 때 브라이언트가 한 여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브라이언트는 이 여성을 넘어뜨린 뒤 방향을 틀어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소녀를 향했다.

중앙일보

20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에서 발생한 경찰 총격 사건 당시 바디캠에 찍힌 영상.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한 여성이 16세 마키아 브라이언트에게 쫓기다가 넘어졌다. [WKYC Channel3 유튜브 캡처]


그 순간 경찰이 브라이언트에게 총을 겨누면서 "손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곧바로 총 네 발을 쐈다. 브라이언트는 그대로 쓰러졌다. 쓰러진 브라이언트의 발밑에서 주방용으로 보이는 칼이 발견됐다. 경찰은 브라이언트가 칼을 들고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영상으로는 사실 판별이 어려운 상황이다.

브라이언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지역 매체인 콜럼버스 디스 패치에 따르면 브라이언트는 오하이오주 프랭클린 카운티 아동 서비스에서 위탁 보호를 받고 있었다. 브라이언트의 고모인 헤이즐 브라이언트는 인터뷰에서 "사건 전 위탁 가정에서 조카(브라이언트)와 다른 사람 간 논쟁이 있었다"면서 "(브라이언트는) 칼을 갖고 있었지만, 경찰이 쏘기 전에 버렸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20일(현지시간)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숨진 15세 소녀 마키아 브라이언트 사건에 슬퍼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은 "경찰청의 정책에 따르면 경찰관은 자기 자신과 제삼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공권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이번 상황이 이 정책에 해당하는지가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콜럼버스시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후 한 젊은 여성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바디캠에 따르면 경찰관이 다른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비유되며 또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에 불을 댕겼다. 특히 사건 직후 미네소타주 헤너핀 카운티 법원 배심원단이 쇼빈에게 2급 살인(우발적 살인),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 3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순식간에 흑인 소녀 사망에 여론이 집중됐다.

중앙일보

20 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시내에서 주민들이 경찰 총격으로 흑인 소녀가 사망한 데 대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흑인 소녀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지역 주민 150~200명은 이날 밤 지역 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브라이언트와 17년간 이웃으로 살았다는 주민 킴벌리 셰퍼드(50)는 "쇼빈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이웃 소녀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이야기에 더는 기뻐할 수 없게 됐다"면서 "최악의 일이 경찰에 의해 일어났다"고 분노했다.

플로이드의 유족을 대리한 인권 변호사 벤 크럼프도 트위터에 "오늘 우리가 (쇼빈의 유죄 판결로) 안도의 한숨을 쉰 그때 콜럼버스에서는 또 한 명의 아이가 경찰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