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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플레의 역습'…美 스팸·콜라·화장지·기저귀값 줄줄이 오른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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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비재업체 P&G, 9월 가격 인상

팸퍼스, 페브리즈, 질레트, 팬틴 등 가격 오르나

'하기스 기저귀' 킴벌리-클라크, 인상 대열 합류

스팸, Jif 땅콩버터 등 줄줄이 가격 인상해

원자재가 상승 따른 '비용 인상 인플레' 공포

"경제적 어려움 겪고 있는 계층 부담 커질듯...

이데일리

세계적인 소비재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의 주요 브랜드들. (출처=P&G,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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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굴지의 소매기업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식음료업체 코카콜라에 이어 세계 최대 소비재업체로 꼽히는 프록터앤드갬블(P&G)이 오는 9월부터 기저귀, 생리대 등 일부 생활필수품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기록적인 돈 풀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나타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소비자들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의 역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카콜라 이어 P&G 가격 인상

20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P&G는 육아용품, 여성제품, 성인용 기저귀 등 일부 상품군의 가격을 9월부터 한 자릿수 중후반대 퍼센티지로 올리기로 했다. 펄프 같은 원자재 가격과 운송 비용이 올라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게 P&G의 설명이다.

존 모엘러 P&G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원자재 비용 상승은 지금껏 봤던 것 중 가장 큰 폭”이라며 “특히 상당히 긴 기간 지속했다”고 했다. 그는 또 “(가격 인상 품목 외에) 원자재 가격이 다른 품목들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며 “인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P&G는 일단 육아용품 등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는데, 상황에 따라 인상 범위가 전방위로 퍼질 수 있다는 뜻이다.

P&G는 수많은 소비재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다. 육아용품 브랜드 ‘팸퍼스’ ‘러브스’ 등을 비롯해 △세제 브랜드 ‘바운스’ ‘다우니’ ‘드레프트’ ‘타이드’ △종이타월 ‘바운티’ △화장지 ‘차밍’ △생리대 ‘올웨이스’ △면도기 브랜드 ‘브라운’ ‘질레트’ △헤어용품 브랜드 ‘팬틴’ ‘허벌 에센스’ △섬유탈취제 ‘페브리즈’ △구강용품 ‘크레스트’ ‘오랄비’ △세균제거제 ‘세이프가드’ 등이다. P&G가 가격을 올리면 전세계 소비자들의 생활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전세계 주요 원자재의 랠리가 이어졌고→이에 따라 공급 측면의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우려가 커졌는데, 물가의 역습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P&G뿐만 아니다. 경쟁사인 킴벌리-클라크는 6월부터 화장지, 아기용품, 성인용품 등의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킴벌리-클라크는 스콧 화장지, 하기스 기저귀 등으로 유명하다. 킴벌리-클라크 역시 높아진 원자재 가격이 인상의 원인이다.

굴지의 식음료업체 코카콜라는 3년 만에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코카콜라는 2018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이유로 소비자 판매가를 올린 이후 제품 가격에 손 댄 적이 없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가격 압력을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공포 엄습

스팸으로 유명한 호멜푸즈는 지난 2월 사료값 상승을 이유로 이미 칠면조 제품 가격을 올렸다. 과일잼, 땅콩버터로 잘 알려진 JM스머커는 최근 지프(Jif) 땅콩버터 가격을 인상했고, 반려동물 간식 가격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를 기록했다. 2018년 8월(2.7%) 이후 2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번달 이후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이날 기준 미국 5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은 2.52%까지 치솟았다.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다.

이번 가격 인상은 초과수요로 인해 발생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demand inflation)보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의 측면이 크다. 바이든 정부가 1인당 1400달러(약 150만원)의 현금을 쥐어주며 수요 진작에 나선 측면이 있지만,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 상승 속도는 더 빨랐기 때문이다. 돈 쓸 여력보다 제품가 인상이 가파를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경우 올해 들어 28.69%(배럴당 48.52달러→62.44달러) 폭등했다. 돈 쓸 여력보다

CNBC는 “아직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소비재 가격 인상이)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설명>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은 크게 수요와 공급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중 재화 혹은 서비스 생산을 위한 비용, 다시 말해 원자재 가격, 임금, 임대료 등의 인상분을 기업이 상품에 반영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사태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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