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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모바일 홈쇼핑도 전파사용 대가 내라”… 업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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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업체 TV전파 쓰는 대가로

매년 영업이익 13% 방송기금 내

과기부, 기금 납부액 줄어들자

자료 항목에 ‘모바일 매출’ 신설

정부가 홈쇼핑 업체들이 내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산정할 때, 온라인·모바일 매출도 포함하기로 하면서 홈쇼핑 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지상파·케이블 방송사업자가 방송 전파를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내는 돈으로, 방송진흥사업 및 문화·예술 진흥 사업에 쓰인다. 홈쇼핑 업체들은 매년 TV 방송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의 13%를 내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앞으로 TV 방송 이외에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올린 영업이익도 포함하겠다고 최근 업체들에 통보한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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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전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온라인·모바일 수익에 기금을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인터넷 기업의 온라인 쇼핑과 비교해 홈쇼핑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 줄어들자 “모바일 매출도 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최근 GS·롯데·현대·CJ 등 주요 홈쇼핑 업체에 온라인·모바일 매출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방송발전기금 산정에 TV 방송뿐 아니라 이들 기업의 온라인·모바일 매출까지 포함하기 위해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과기부가 기준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홈쇼핑의 판매 채널별 매출액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4대 홈쇼핑 업체의 TV 방송 매출액은 지난 2018년 2조4325억원에서 작년 2조4046억원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모바일·온라인 매출액은 1조1458억원에서 1조6984억원으로 늘었다. TV 방송 매출만 기준으로 하면, 방송발전기금 수입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홈쇼핑 업체들이 낸 기금은 2015년 672억원에서 2018년 598억원, 2020년 476억원(추정치)으로 감소했다.

과기부는 방송발전기금 산출 기준을 바꾸기 위해, 관련 고시(告示)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기부는 홈쇼핑의 TV 방송을 본 후 구매만 온라인·모바일에서 하는 경우가 많으니, 온라인·모바일 매출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고시를 개정하기 위한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고, 홈쇼핑 업체들로부터 받은 매출 정보도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모바일·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한 게 TV 방송 영향이라는 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업체에 수억씩 추가 부담이 생기는 일을 법률 개정이 아니라 고시로만 하는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TV홈쇼핑협회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최소한 국회 논의는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눈치만 보는 홈쇼핑 업체들

홈쇼핑 업체들은 정부의 조치가 역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홈쇼핑 업체의 경쟁 상대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기업, 마트·백화점 등 유통 업체, 일반 제조 업체로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방송 심의나 규제를 받지 않고 별다른 수수료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정부에 납부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외에도 주요 IPTV(인터넷 TV)와 케이블 TV에 채널 사용료까지 별도로 내고 있는데, TV 방송 전파를 사용하지 않고 벌어들인 수익까지 기금으로 내라니 황당하다”며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홈쇼핑 업계만 규제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5년마다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홈쇼핑 업체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홈쇼핑 사업에 따로 진입 규제를 두지 않고 영국은 등록제로 운영한다. 하지만 한국은 3~5년마다 수만 페이지가 넘어가는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업체들에 손쉽게 돈을 걷겠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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