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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백신 부작용 나라가 책임진다는데…"개인이 인과관계 입증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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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돌봄종사자와 항공업계 종사자의 백신 접종이 시작된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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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사지 마비 증상이 나타나 입원했다는 간호조무사의 남편 A씨가 “대통령이 백신 부작용을 책임져준다더니, 배신감이 느껴진다”며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리면서 백신 이상반응 관련 보상 문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1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는 총 1만2533건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 시작 후 3월부터 1차~8차에 걸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심의를 거쳐 59건의 사망 사례를 심의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입증 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41건은 인과성이 없거나 인정되기 어렵다고 결론이 났고, 2건은 판정 보류 중이다. 나머지 16건은 아직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망 신고 외에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 이상반응은 34건을 심의한 결과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단 2건이었다. 2건 모두 AZ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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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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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예방접종 부작용 발생 시 피해보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면 의료기관 등에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역학조사, 피해사례 조사 후 인과성이 인정돼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심의를 통과한다면 진료비는 본인이 부담한 금액을 전액 지원 받을 수 있고, 병간호비의 경우 일 5만원, 장제비는 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사망 보상금은 일 최저임금에 240배인 4억3000만 원이 지급되며 장애시 사망보상금의 55%~100%가 지급된다.

현재 피해조사반 조사에서 인과성이 인정된 2건의 사례도 아직 보상 심의가 남아있어 실제로 보상금이 지급된건 아니다. 피해보상심의위원회는 오는 27일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상반응 피해자를 위한 보상금 지원은 피해보상심의위원회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A씨 사례의 경우 아직 보상 접수가 이뤄지지 않아 내달 심의될 예정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확인된 부작용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준다는 방침이지만, 인과성을 입증하는게 쉽지 않다. 가장 흔하게 맞는 백신 중 하나인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사례를 봐도 그렇다. 지난해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질병관리처 자료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겨 정부의 보상을 받은 사례가 지난 10년 간(2011~2020년) 35건이었다. 이 기간 보상 신청 건수는 154건이었으나 118건은 기각됐고 1건은 심의가 진행 중 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준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21일 열린 브리핑에서 “1차 피해 조사를 하는 지자체에서 어제 중앙정부에 심의 요청을 해, 모레 피해조사반이 개최될 예정이다”며 “당초 지자체에서는 한 달 이후에 재검사를 통해 명확한 진단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후 재검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인과성을 판단할 수 있겠다고 보고 (피해조사반에) 심의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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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온?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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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1일 A씨 아내 관련 지원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백신 접종 후 사지 마비로 고통을 겪고 있는 40대 여성 간호조무사와 가족에게 위로를 전하고 지원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며 “의학적 인과관계 규명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와 별도로 치료비 지원 등 정부의 지원제도에 따라 할 수 있는 조치들이 신속하게 취해지도록 세심하게 살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일부 있다. 부작용이 발생 시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질 예정”이라며 “개인이 백신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A씨 사례와 관련 "안타까운 사연에 당장에라도 돕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국비 100%로 집행되는 보상금을 공무원 마음대로 집행 할 근거도 없는 형편이라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인과관계를 개인이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기존 질환의 악화 여부에 대한 명백한 반증이 없는 경우 인정하는 산업재해 보상처럼 입증책임 전환을 통해 보상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인과성 평가와 보상은 시스템이 다르다. (방역 당국이) 약간의 인과 관계 가능성이 있다면 완전하지 않아도 보상을 하는 기조를 가지고 있다”며 “다만 현재 신고된 이상반응을 심의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해 국민이 바라는 만큼 빠른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여러 사례를 통해 표준적 이상반응을 추린 후에는 피해보상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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