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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상 망가졌지만 1억 갈까 이젠 손 뗄 수도 없다"…코인 영끌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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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출처 = 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큰 등락폭을 거듭하며 요동치고 있다. 수백만원이 오르내리는 것은 예사다. 하루 새 1000만원씩 폭락하기도 한다. 등락이 반복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투자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 입을 모은다.

마약처럼 빠져드는 투자에서 손을 떼려해도 쉽지 않다. 설마했던 비트코인 개당 1억원이 가능해 보여서다. 심리적 저항선이라 여겨졌던 5000만원은 이미 두 달 전 넘어섰다. 최근에는 8000만원도 돌파했다. 비트코인 1억원 낙관론이 다시 나오는 이유다. 반면 2018년 한차례 대폭락을 겪은 투자자들은 이번 질주가 한순간에 꺾일 수 있다고 염려한다.

◆"시세판만 보게 돼" vs "인생역전 수단"


지난달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지금은 하지 않는 직장인 양모(39)씨는 "주식은 공부한 만큼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지만, 가상화폐는 이유 없이 상승하고 하락한다"며 "최근 큰 하락을 경험한 후 다시는 비트코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상화폐 투자를 하다 보면 하루 내내 여기에 빠져 있게 된다. 장이 닫히지 않고 상한선과 하한선도 없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택배기사 박모(35)씨도 올해 2월 비트코인에 5000만원가량 투자했다. 주변에서 가상화폐로 큰돈을 벌었다는 '코인 성공담'을 듣고 혹하는 마음에서다. 박씨는 "안 하자니 뒤처지는 거 같아 비트코인에 뛰어 들었지만, 막상 시작하니 불안한 마음이 더 크다"며 "시세판을 바라보며 운전하다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삶이 피폐해지는 거 같다"며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빠져나왔으면 진작에 빠져나왔다. 하루에 1000만원씩 오르는 것을 보고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쉽게 돈을 빼지도 못한다. 이런 상황의 반복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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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인 8148만원을 기록했다. [사진 = 빗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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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무계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수십억을 번 사례가 등장하면서 투자 불나방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인생역전의 마지막 수단은 '로또가 아닌 비트코인'이란 말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한 직원이 2억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650억원의 수익을 벌어들인 사례가 익명 온라인 게시판인 블라인드에서 퍼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더욱 동요하고 있다.

올해 1월 비트코인에 투자한 직장인 이모(34)씨는 "비트코인 투자는 코로나19로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좋은 투자처이자 목돈을 만질 기회"라며 "적은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은 현재 비트코인 시장 뿐"이라고 했다. 이씨는 이미 비트코인으로 3000만원가량 수익을 챙긴 상태다.

젊은 직장인들의 뒤숭숭한 심리는 통계로도 나타났다.

지난 1~2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연령별 일평균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3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음으로 40대 17.3%, 50대 12%, 60대 17.8%, 70대 이상 12%, 20대 1.9%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7~2018년 비트코인 1차 광풍 때처럼 주변에서 '코인 성공담'이 터져 나오니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정말 1억원 갈수도...기대감에 버티는 투자자들


비트코인은 올해 1월만 해도 3000만~4000만원대였다. 당시 전문가들 대부분은 비트코인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5000만원은 절대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월 초 비트코인은 5000만원을 돌파하더니 같은 달 말에는 6000만원까지 넘어섰다. 이후 등락폭을 거듭하던 비트코인은 3월 중순 7000만원을 돌파했고, 4월 14일 8100만원까지 올라섰다. 지난 2월 비트코인 가격이 5400만원일 당시 투자한 직장인 윤모(31)씨는 "같이 투자한 지인들도 1억원까지 갈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 '진짜 갈까'라는 생각이었지만 요즘 추세를 보면 진짜 갈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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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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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글로벌 금융사가 비트코인 1억원 돌파 가능성을 전망한 바 있다.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은 "기관투자자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입하면서 비트코인의 급등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1비트코인 가격은 10만달러(1억1020만원)를 넘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1월 JP모건은 비트코인이 14만6000달러(약 1억6100만)까지 오를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JP모건은 "대체 통화를 찾는 수요가 금에서 빠져나와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을 크게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전망할 때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비트코인이 올해 연말 1억원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는데, 지금 추세라면 상반기 1억원도 문제 없을 것 같다"며 "이쪽(가상화폐 업계)에선 2∼3년안에 3억원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 같은 비트코인 광풍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지난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제약이 많고 또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많은 나라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이 커지고 투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한은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14일(현지시간) 워싱턴경제클럽과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은 투기를 위한 수단이며 결제수단으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투기적 자산으로 본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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