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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재부 공무원이 어쩌다... 공수처 대변인 돼 검찰 조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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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열린 '과학수사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위한 공수처-국과수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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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대변인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 출신 공수처 정책기획담당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황제 조사’ 의혹 관련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급조된 공수처의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담당관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관련 업무를 하다 올 1월 공수처로 파견온 뒤 대변인 직무대행 역할까지 맡다 검찰 소환 통보까지 받게 됐다. 지원자 수준 미달로 검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공수처는 비슷한 이유로 대변인도 두 달 넘게 뽑지 못하고 있다. 대신 예산 전문가에게 임시로 대변인 역할을 맡겨 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개혁'에 관심도 없었을 기재부 공무원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일 ‘황제 조사’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관련 공수처가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이 허위라는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최근 공수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공수처 기획담당관에게 검찰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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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를 타고 공수처 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황제 조사' 비판이 제기됐다/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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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에게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제네시스)를 보내 ‘황제 조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자 2일 보도자료를 내고 “2호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용으로 뒷좌석 문이 안 열린다”고 해명했다. 공수처에 차량이 두 대 있는데 2호차는 뒷좌석 문이 안열려 1호차인 김 처장 관용차를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2호차는 피의자 호송 차량 용도로 개조 이력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은 대변인 역할을 맡아 온 기획 담당관을 조사해 해당 보도자료가 나오게 된 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올 1월 출범한 공수처는 석달이 지나도록 ‘1호 수사'는커녕 변변한 홈페이지 내용조차 없을 정도로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야 검사를 선발했지만 지원자 수준 미달로 정원 23명의 절반인 13명밖에 뽑지 못했다. 수사관은 정원 40명 중 20명밖에 채용을 못했고, 지난 2월 대변인 공개채용도 진행했지만 지원자 자격 미달로 조만간 재공모하기로 했다. 친정권 매체 기자 등이 대변인에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예산 관련 업무를 위해 파견된 기재부 출신 예산 전문가에게 임시로 대변인 역할을 맡겨왔다. 공보 업무는커녕 공수처 파견 전까지 여권의 검찰 개혁 화두에 문외한이었던 기재부 공무원에게 언론 대응을 맡기면서 구설도 나왔다. 역시 언론 대응이나 국회 출석 등 공적 발언 기회가 없었던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김진욱 공수처장도 출근길 취재진을 만나 “공수처 검사 13명이 무학(無學)의 어부(漁夫)보다는 (수준이) 낫지 않느냐” 같은 발언을 하며 설화를 빚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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