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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부자감세냐”…시작부터 스텝꼬인 與부동산 궤도 수정 [정치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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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수정 놓고 당내 의견 엇갈려

‘부동산특위서 논의 일원화’ 방침 밝혔지만

차기 당권주자 3인방도 각기 다른 시각

헤럴드경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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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동산 정책 수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보선 참패 후 “고통받는 실수요자의 보유세, 무주택자들의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가운데, 다른 한 쪽에서는 “웬 부자감세냐. 수요를 자극해 집값만 더 올라갈 것”이라며 강하게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의원들 사이에 백가쟁명식 논박이 이어지자 지도부는 당내 부동산 특위에서 논의를 일원화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전당대회를 앞둔 차기 당권주자들은 부동산 정책을 놓고 논쟁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의 ‘원 보이스’ 기조가 시작부터 꼬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 잡으라는데 웬 부자감세” VS “부작용 있다면 수정해야” =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20일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혜택을 늘리는 등 부동산 실수요자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재선·경기성남 분당을)은 이날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재산세율을 일부 인하하는 내용의 종부세법·지방세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종부세 공제액 기준을 공시지가 합산 현행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해 종부세 적용 대상을 줄이고, 1가구 1주택의 경우 종부세 적용 대상을 공시지가 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세금도 따라 올라 실수요자인 1가구 1주택자들이 고통을 받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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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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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21일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에 그분들의 불만에 대해서 충분히 담아내고 응답을 해주는 게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입법부와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율이 그대로 있는데 집값이 두 배로 올랐으면 앉아서 세금을 두 배로 내는 건데 그게 맞느냐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종부세 9억원 기준 만든 것도 10년 됐다. 주택 가격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그 기준을 10년 이후인 지금도 가져가야 되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곧바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성준 의원(재선·서울 강서구을)은 이 같은 부동산 정책 수정 움직임과 관련해 지난 21일 SNS에 “재보선 패배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 정책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전도돼 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금은 세 부담 완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반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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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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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의원은 “(민심이 떠난 원인) 문제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과세 조치를 완화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집값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 서민들에게 집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그것부터 이야기해야 하지 않느냐”며 “어째서 전국 4%, 서울 16%에 불과한 고가주택 소유자들, 부자들의 세금부터 깎아 주자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재선·서울 은평구갑)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궐선거 결과가 주는 충격 때문에 여러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된다”며 “무분별한 세금 인하와 대출규제 완화는 수요 확대 정책이라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주택) 공급에 대한 기대가 제대로 서지 않았는데, 수요를 자극하면 집값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라며 “시민들께 드려야 할 것은 (세금 및 대출규제 완화가 아니라) 강력한 공급대책으로 더 이상의 집값 상승은 없을 것이고, 2~3년 후 공급 시점에서는 적절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강한 확신”이라고 강조했다.

▶당권주자들도 엇갈리는 부동산 정책 = 5·2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당 대표 후보 3인방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송영길(5선·인천 계양을), 우원식(4선·서울 노원을) 의원도 부동산정책을 놓고 진단과 처방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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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광주·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홍영표(왼쪽부터)·송영길·우원식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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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후보는 청년 등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생애최초 무주택자는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90%로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송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집을 갖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LTV, DTI를 40%, 60%로 제한해 버리면 10억원짜리 집을 산다고 했을 때 4억원밖에 안 빌려줘 집을 살 수 없다”며 “그럼 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현금 가진 사람들이 ‘줍줍’이라고 해서 다 가져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수요 억제(대출 규제) 속에 정작 청년과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못하고 현금 부자들만 유리한 부작용이 일어났다는 시각이다.

송 후보는 재산세 감면 대상 확대 문제도 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쳐왔다.

홍영표 후보도 세금 부담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재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내놨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수요억제책 부작용 해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 후보는 청년과 실수요자들의 ‘패닉바잉’을 불러온 불공정한 청약제도와 불합리한 대출 규제도 고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대출 규제 완화는 인정하면서도 LTV, DTI를 90%까지 완화하자는 송 후보를 향해 “박근혜 정부 당시 빚내어 집 사라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원식 후보는 두 후보 공약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지금 부자감세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는 진성준, 박주민 의원과 비슷한 목소리다. 종부세 부담과 부동산 대출기준 완화를 말하는 것 자체가 집값 안정 기조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방법은 섣부른 주장의 나열보다 과도하게 오른 집값을 잡겟다는 원칙 속에서 예측 가능한 정책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며 “물론 청년이 집을 사는데 너무 지나친 대출 규제를 했다거나 하는 점들은 꼼꼼히 살펴야 하지만 집값을 안정시키는 기조를 훼손한다는 느낌을 국민에게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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