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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백신 기댈곳 없는 한국…바이든 “우리도 빠듯, 남으면 옆나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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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수급 비상 ◆

매일경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715명을 넘은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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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을 보시죠. 원료물질을 외주 업체 두 곳에서 받습니다. 제형 공정에서는 독일·캐나다·오스트리아 업체들이 참여합니다. 복잡한 공급사슬 때문에 생산량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미국 제약업계의 약물분석가인 데릭 로우 박사는 세계 각국이 열망하는 화이자 백신을 각국이 쉽게 얻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마치 반도체 제조사들이 미세공정의 기술적 어려움과 부품수급 문제로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를 일으킨 것처럼, 백신 업체들도 원료물질 부족과 기술적 어려움으로 생산량 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백신은 올해 초 2021년 최대 생산량을 23억회분으로 예상했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수치를 조정했지만, 종전 목표에서 겨우 2억회분 늘어난 25억회분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코백스(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하는 백신공급망) 등 3대 그룹은 벌써부터 내년도 백신 공급물량을 싹쓸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듀크대의 글로벌보건혁신센터가 최근 업데이트(4월 16일 기준)한 국가별 백신 계약 '협상 중 물량'을 보면 미국·EU·코백스 등 3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달했다. 세계 각국이 백신 회사들과 추가 확보 협상을 벌이는 물량이 총 66억회분인데, 이 중 3대 그룹 협상 물량이 51억회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미 올해 대규모 공급물량을 확보한 이들 그룹이 벌써부터 2022~2023년 물량 확보에 나선 배경에 대해 센터는 "이들이 제약사들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다른 나라보다) 협상력을 키우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고소득국가와 저소득국가 간 백신 확보 격차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신 전문가들은 3대 그룹으로 극단적인 공급 '쏠림현상'이 노골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계약 후발주자들은 자칫 2023년까지 백신 부족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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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백신 공급 회사들의 관점에서 보면 철저히 해당국의 제약시장 규모에 따라 공급의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이라며 "세계 최대 제약시장을 가진 미국과 유럽을 상대로 백신 회사들이 우선공급 요구를 충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백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백신 업체들이 최근 3회차 접종(부스터샷)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각국이 확보해야 할 물량 부담은 더 늘게 됐다.

미국과 EU의 입도선매식 미래물량 계약 작업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구매처 다변화' 등 보다 적극적인 선택지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정부는 러시아 백신 확보를 검토하기 시작한 단계로, 전문가들은 현재 임상 최종 단계에 있는 큐어백 백신도 긍정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심지어 시노백 등 자국 업체들이 개발한 백신 물량이 넘치는 중국도 화이자를 상대로 이미 1억회분의 백신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전 세계 백신 공급부족 사태 속 자국 내 백신 접종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내 잉여백신 물량이 충분치 않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동맹국들의 백신 공유 요청이 점증하는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소개하며 "우리는 거기에 조금 도움을 줬다. 좀 더 도우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을 상대로 백신 스왑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이날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협의체인 '쿼드'를 통해 역내 백신 공급 지원 방안을 논의했으나 이 계획은 선진국인 한국이 아닌, 동남아시아의 개발도상국가를 수혜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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