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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文 “북미 대화 촉구”에… 美 “미국이 대북정책 주도”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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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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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북미 대화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이에 관한 동아일보 질의에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며 사실상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드러냈다. 동맹국 지도자의 권고와 제안을 참고하되 북-미 비핵화 협상의 방향 설정 및 최종 정책 결정은 미국이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 대변인은 21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북-미간 북핵 해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끼치는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평가하고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철저한 부처 간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들 및 이해당사국들의 의견, 미국 내 범부처의 목소리를 통합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과정을 계속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했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승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과 북한이 양보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으면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날 답변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코로나19 백신 부족 등으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문재인 정권이 남북관계 개선 등을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조급함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무부는 “한미동맹은 상호존중과 신뢰, 친밀한 우정, 강력한 인적교류와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등 공통의 가치에 기반을 둔 포괄적 글로벌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내놨다. 한미 양국이 교역 관계, 기후위기 협력, 코로나19 완화 및 코로나19 이후의 경제회복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1월 출범한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아직까지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가 지난달 언론과의 전화 간담회에서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4월 중 발표를 예고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정책 수립은 마무리됐지만 미국이 북한 움직임을 보며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합의에 명시된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및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조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적인 내용들”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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