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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민주당 초선 쇄신안 ‘정답 안 적은 시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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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초, 선거 패배 후 첫 대안

성범죄 무공천 당헌 개정 등

구체적 대안 없이 당에 미뤄

‘위기의식 부재’ 비판 우려

[경향신문]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의원들이 22일 국회에서 당의 쇄신 방향을 놓고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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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가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보름 만에 첫 쇄신안을 냈다. 당 쇄신위원회 구성과 전직 서울·부산 시장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이 골자다. 그러나 ‘성범죄 무공천 당헌·당규 재개정’ 등 구체적인 쇄신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당의 결정’에 미뤘다. 당 지도부 공석 상태에서 ‘인적 쇄신’ 등 적절한 쇄신안을 내기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재·보선 참패 후 제일 먼저 ‘반성문’을 썼던 초선들마저 밋밋한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이 위기의식도, 쇄신 의지도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초는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쇄신안을 발표했다. 더민초는 당 지도부를 향해 “당의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쇄신안을 마련하기 위해 당 쇄신위원회를 구성해달라”며 “재·보선의 원인이 된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와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당·정·청 관계에서 민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당이 주도성을 발휘해달라”며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입법·정책 결정 전 의원 간 집단 토론’을 활성화하라”고도 요구했다. 더민초는 ‘쓴소리 경청텐트’와 ‘세대별 심층토론회’ 등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적·제도적 쇄신 방법은 없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서는 안 되고, 실질적 변화가 필요한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대표 의견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헌·당규 재개정을 요구하자는 내용도 없었다. 민주당은 2015년 당헌·당규에서 ‘소속 단체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발생한 재·보선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가 지난해 11월 이를 고쳤다. 고 의원은 “‘(2015년에) 지키지도 못할 당헌·당규를 왜 고쳤냐’는 의견부터 ‘지난해 개정 전으로 돌이켜야 한다는 등 다양한 입장이 있어 공동 입장을 발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지난번 20·30대 의원들이 의견을 표했고, 우리는 과거 반성보다 쇄신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만 했다.

쇄신 대상과 방향이 모호한 쇄신안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반성문을 낸 초선 의원들을 향해 강성 지지자들의 항의가 쇄도했을 뿐 아니라, 초선 의원들이 21대 총선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등에 업고 당선되면서 ‘친문재인계’ 강성 지지자들과 결이 다른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반성문을 냈던 ‘20·30대 초선 의원 5명’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재·보선 후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기로 하면서 인적 쇄신을 주장하기도 어려웠다. 한 초선 의원은 “어떤 방안을 내놔도 쇄신으로 보이지 않으리란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초선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이 당에 직언을 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변하지 않는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리란 우려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초·재선들이 총선에서 이기고, 정권 초 야당일 때 겪는 어려움을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비판이 두려워 의견을 내지 못한다면 쇄신도, 대선 승리도 어렵다”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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