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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서재원의 쿨링브레이크] 확실한 영상 확보 못했다? 뭘 믿고 ‘존중’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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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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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명백하고 확실한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

또 판정 논란이다. 지난 21일 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1라운드 대구FC-수원 삼성전 후반 19분 문제의 장면이 발생했다.

대구 안용우의 슈팅을 수원 최성근이 막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김영수 주심은 비디오 분석(VAR, Video Assistant Referee)을 담당하는 비디오 조종실(VOR, Video Operation Room)과 7분 넘게 교신을 한 후에야 최성근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최성근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주심은 단호하게 경기장 밖으로 나가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최성근은 중앙선 부근으로 나와서도 대기심에게 어필했다. 중계 화면상 최성근의 무릎에 맞고 튀어오른 공이 오른팔에 맞고 굴절된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본인은 얼굴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페널티킥까지 약 10분 가까운 시간 동안 경기가 지연됐음에도, 주심이 온 필드 리뷰(on-field review)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오랫동안 VOR과 교실할 정도로 확신이 없었다면, 온 필드 리뷰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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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K리그는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그래서 더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수원도 인천 유나이티드전 강현묵의 골 취소, 제주 유나이티드전 주민규의 결승골 판정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 전에는 수원FC의 박지수가 3경기 연속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심판 운영에 대한 책임은 대한축구협회(KFA)에 있다. K리그 심판 운영권이 지난해부터 협회로 이관됐는데, 오심은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의 경우는 매 라운드마다 오심 논란으로 시끄럽다. 게다가 오심을 줄이겠다는 명목 아래, VAR이라는 선진 기술을 도입해 리그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오심이 나온다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협회 심판위원회는 “오심을 줄이겠다”라는 형식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어떻게’는 늘 빠져있다. 나름 소통을 한다는 취지에서, 매 라운드마다 협회 심판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심판평가소위원회의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애매한 판정에 있어선 늘 ‘판정 존중’이라는 결론으로 스스로를 감싸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번 대구-수원전 논란도 마찬가지다. 협회 심판위원회는 22일 소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장면에 대한 리뷰를 진행했는데, 결론은 ‘판정 존중’이었다.

설명은 다음과 같다. 협회는 “최성근의 핸드볼 반칙 및 그에 따른 퇴장 판정의 쟁점은 최성근의 핸드볼 반칙에 대한 주심의 판정을 번복할 명백하고 분명한 증거의 존재 유무다”라며 “명백하고 분명한 증거가 없이 주심의 최초의 판정을 뒤집는 것은 경기규칙 위반이다. 따라서 VAR은 시간을 지체하면서도 가용 가능한 VOR 영상을 모두 검토하였으나 핸드볼 반칙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하고 확실한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성근 선수가 득점상황을 핸드볼로 저지하였기 때문에 퇴장에 해당하며, 이 사항을 KFA 수키딘 수석강사와 공유했고, 그의 견해 역시 주심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는 것으로 일치했다. 따라서 평가소위원회는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 영상이 부재한 관계로 주심의 최초 판정을 존중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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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악하면, 확실한 증거 영상 부재로 주심의 판정을 번복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구단과 선수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억울함과 의구심이 해소될 수 없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판정은 또 다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구단은 승점을 잃었고, 선수는 징계로 2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결국 피해는 약자만 받는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K리그 A구단 한 관계자는 “이번 최성근 사례도 결국 심판의 최초 판정 존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팀의 이야기지만 안타깝다. 늘 피해는 구단과 선수들이 본다. 우리 팀도 언제 피해를 볼지 모른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B구단 또 다른 관계자는 “예상했던 결과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심판과 구단, 선수, 팬의 불신만 쌓여갈 것이다”라고 짧은 의견을 밝혔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스템에 있다. 골대 앞 장면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카메라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K리그에 VAR 운영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시스템과 체계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선진 기술을 쓰려다보니, 탈만 난 꼴이다.

심판 운영의 투명성도 문제다. 오심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판정의 옳고 그름에 따라 그에 비례한 상벌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협회는 심판 보호 차원에서 상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구-수원전 주심은 이미 이번 시즌 초반 두 경기에서 오심을 범했다. 소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 2라운드 광주FC-울산 현대전서 이찬동의 팔꿈치 파울 행위를 놓쳤고, 4라운드 대구-제주전에선 페널티킥 판정 포함 세 장면에서 오심을 냈다. 해당 주심은 4라운드 이후 몇 경기 동안 경기 배정을 받지 못하다가, 9라운드 성남FC-광주전에 다시 돌아왔기에, 4경기 징계가 예상된다.

관계자들과 팬들이 알고 싶은 건, 누가 징계 대상자인지가 중점이 아니다. 오심의 정도에 따라 어떤 징계 절차가 이루어지고,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교육이 이루어 지는지를 궁금해 한다. 선수가 다이렉트 퇴장을 받았을 때 2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으니, 징계에서 돌아온 심판과 그의 판정에 대한 불신이 지워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심판 경기 배정 시스템 문제도 보인다. 해당 주심은 4라운드 대구 홈 경기에서 오심을 범했다. 세 차례 오심 중 두 번이 대구에 이득이 됐다. 그런데, 11라운드 대구의 홈 경기에 재배정 된다는 게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쉽게 납득 되지 않는 일이다.

2021시즌 K리그는 아직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판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VAR 5년 차에도 나아짐이 없다. 오심으로 물들여진 리그의 이미지는 대체 누가 만드는지, 심판 운영의 주체인 협회에서 곱씹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들만의 존중이 아닌, 모두의 존중을 받는 판정을 만드는 건 이제 협회의 책임이다.

스포티비뉴스=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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