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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단독] "시신 은폐 · 조작…수사팀 최소 10명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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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①

<앵커>

오늘(3일)은 저희 끝까지 판다팀의 단독 보도로 8시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1989년 경기도 화성에서 당시 8살이던 김현정 양이 사라졌습니다. 가족은 30년 동안 전국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실종 사건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던 2년 전, 연쇄 살인범 이춘재가 자신이 현정 양을 숨지게 했던 진짜 범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당시 수사팀이 현정 양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숨겼고, 또 증거를 없앴다면서 경찰관 2명을 입건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수사기록을 입수해서 확인한 결과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경찰 10명이 시신이 발견된 걸 알고도 침묵한 정황이 있었고, 현장 증거까지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성에서 살인 사건이 또 났다고 하면 시끄러울까 봐 그런 거 같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소환욱 기자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끝까지 판다팀이 입수한 김현정 양 살인사건 검·경 수사기록입니다.

1989년 12월, 현정 양이 실종 5개월 만에 시신이 발견됐으나 경찰수사팀이 시신을 은닉했고, 이 사실을 경찰수사팀 다수가 알고 있었던 정황이 담겨있습니다.

A 순경은 당시 '동료 경찰이 산 아래를 가리키며 저기 현정이가 잠들어있다고 말했다' 고 밝혔습니다.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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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 근처에서 시신이 나왔는데 덮었다는 말을 들었다'는 B 순경, "형사계장 주도로 시신을 묻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C 순경.

당시 현장에 출동한 감식반 경찰도 '뼈가 발견됐지만 덮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시신 은닉 뒤 조직적으로 이 사실을 감추려 한 정황도 나왔습니다.

D 순경은 "형사계장이 집합 시켜 기자들 알면 큰일 난다, 보안을 유지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고, A 순경은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을 형사계장이 돈으로 입막음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어렵사리 만난 당시 수사팀 경찰도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 : 보고서에는 유류품 발견된 것, 시신 발견된 건 그냥 묻어버리고 그 상태에서 실종사건으로 수사하는 걸로 그렇게 진행이 된 거죠.]

현장증거를 조작한 것도 새로 드러났습니다.

1989년 수사보고서에는 현정 양 옷이 신발주머니에 정리돼 있어 단순 가출로 보인다고 기록했지만, 이춘재는 검찰 조사에서 살해 직후 유류품을 살해 현장 주변에 던졌다고 말했고, 당시 경찰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유류품 신고 당시 출동 경찰관 : 속옷 같은 것이 이렇게 해서 가시나무에 걸려 있는 것이 있어서, (최초 신고자들이) 유류물을 들춰 보니까 명찰에 현정이 이름이 있었기 때문에….]

30년 만에 진실이 드러난 뒤 당시 수사팀은 은폐 이유에 대해 E 순경은 '연쇄살인 또 났다고 시끄러울까 봐 그런 것 같다'고 말했고, A 순경도 "하도 쉬쉬해서 나만 입 다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변명했습니다.

적어도 당시 수사팀 10명이 시신발견과 은폐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지만, 경찰은 형사계장 이 모 씨와 2009년 숨진 순경 등 2명만 시신 은닉 혐의 등으로 입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시신을 은닉해 살해 사실을 영구히 감추려 했다기보다는 일시적 업무 부담감에서 벗어나 나중에 수사를 재개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황당한 의견서까지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종태, VJ : 김준호, CG : 성재은·이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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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욱 기자(cowbo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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