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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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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집값 상승세, 경기회복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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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팬데믹 이후 가파른 전세계 집값 상승세가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5일(현지시간) 캐나다 케벡주 몬트리올의 한 집 앞에 붙은 매물 표지판.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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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전세계 집 값 상승세가 경기회복세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한국·유로존·호주 등 집 값 가파르게 상승
미국부터 시작해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집 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 집 값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좀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집 값 상승세는 팬데믹에 따른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 중앙은행이 대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펴면서 시동이 걸렸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씨앗이 됐던 2006년 미국의 집값 폭등세 이후 가장 높은 집값 상승세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는 세계 경제가 팬데믹 침체를 딛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지만 꺾일 기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회복 걸림돌 되나
집 값 오름세가 지속되면 금융안정성을 해치고, 결국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개입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조기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세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다.

사회불안 가능성 역시 높다.

상승 외길만 달리던 집 값이 당국의 대대적인 개입으로 추락하기 시작하면 소득 대부분을 집에 투자했던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사회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지난해 댈러스 연방은행에 따르면 전세계 16개국 집 값은 4.91% 올라 2006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도 높은 상승률이지만 지난해 전세계 경제가 3.3%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두드러진 성장세다.

집 값 상승세 꺾일 조짐도 없어
성장세가 꺾일 기미조차 없다.

미국에서는 주택 공급 부족 규모가 수백만채에 이르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집값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집값 상승세는 그러나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는 있다.

무분별하게 대출에 나서 금융부문을 취약하게 만들었던 2000년대 중반과 달리 은행들은 지난해 돈이 넘쳐나는 와중에도 대출 확대는 극도로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대신 정부의 대규모 지원 속에 시중 금리가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사상최저치로 낮아지면서 주택구매자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전세계 은행들, 주택시장 노출 급증
반면 같은 기간 은행들의 주택시장 노출 비중은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18개 선진국에서 모기지 대출 규모는 1960년대 총대출의 3분의1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크게 낮추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신용도를 계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던 개인들의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출 급증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흔들리면 은행도 휘청거릴 수 있는 구조가 됐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충격에서 비켜서 있던 나라들도 이번에는 함께 고통받을 위험성이 높아졌다.

중국, 한국, 태국, 캐나다, 스웨덴 등의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에 크게 노출돼 있지 않았지만 지난 10년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백약이 무효
이들이 대책마련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다.

WSJ에 따르면 대표적인 곳이 한국이다.

한국 정부는 세부담 강화, 대출 규제 강화 등 개인의 주택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동원하고 있다.

캐나다도 연방 예산안에서 외국인들이 소유한 빈 집, 사용이 저조한 집에 대한 과세 강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응은 집 값 상승세를 꺾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 집 값 상승세를 효과적으로 잡은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어 이를 일반화기 어렵다.

일본은 임대료 인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역을 나누지 않는 정책으로 집 값 오름세를 잡기는 했지만 심각한 불황 속에 20여년간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다른 곳과 다르다. 싱가포르는 규모가 워낙에 작아 다른 나라들이 따를만한 정책 성공사례로 보기 어렵다.

"가계대출 활화산 위에 앉아있어"
주택 마련을 위해 소비자들이 대출에 나서면서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는 연초부터 이미 나온 상태다.

스테판 잉베스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는 연초 스웨덴의 가계부채 상황이 마치 화산위에 앉아있는 형국으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는 경기회복 흐름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꺾일 위험에 놓여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카고대의 아티프 비안, 아미르 수피, 에밀 베르너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막대한 가계부채가 어떻게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지를 예시한 바 있다.

치솟는 집값과 이에따른 가계부채 확대가 경기회복세를 사그라들게 만들기 전에 대응을 서둘러야 하지만 묘수가 없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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