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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너, 혹시 그 얘기 들어봤어?…“친구와 수다 떨듯 정보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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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형식 교양 예능 인기

SBS ‘꼬꼬무’ 장도연·장항준 등 중심

현대사·특정범죄 등 뒷이야기 다뤄

‘당혹사’ 는 현재진행형 소재로 차별화

첫회 ‘버닝썬 사태’ 이야기 화제몰이

tvN ‘알쓸범잡’ 특정지역 사건 되짚어

제주 4·3사건 등 근현대사 비극 조명

세계일보

친구에게 얘기하듯 편안한 스토리텔링으로 각종 강력 사건과 현대사, 음모론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방송사의 아카이브를 활용해 각종 사건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면서 매회 방송마다 관련 내용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당신이 혹하는 사이’, tvN ‘알쓸범잡’. SBS·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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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은 판사 사위가 우리집 돈만 보고 결혼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드는 거야.”

“아유. 그러면 그런 결혼 시키면 안 되지.”

“그렇지. 그래서 이 사모님이 사위를 지켜보기 시작했어.”

“아. 소름이다. 진짜.”

“그런데 어느날 사위가 젊은 여자랑 통화하고 있는 거야.”

“어. 그래서?”

이렇게 친구끼리 나누는 ‘가벼운 수다체’의 프로그램들이 최근 방송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무거운 주제를 엄숙하게 강연하기보다는 사람들이 흥미를 끌 만한 강력 범죄와 음모론, 현대사 이야기 등을 대화를 나누듯 편안하게 풀어주는 교양 프로그램들이다. 몇년 전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Entertainment·정보전달 예능) 열풍이 불던 때에 비해 소재는 한정되고 스토리텔링 기법은 더 가벼워졌다.

◆잔혹한 강력범죄 늘자 ‘사건’에 대한 관심 커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지난해 10월 첫 방송 이후 두 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장도연, 장항준, 장성규 등 이른바 ‘장트리오’가 매회 ‘이야기 친구’를 불러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카페에서 편한 친구를 만나 수다를 하듯이 테이블 위에는 커피와 다과가 놓여져 있고, 친구들은 “그래서?”, “어머”, “왜 그런 거야?” 등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하나의 사건을 세 명이 풀어가는데 이를 교차편집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 다루는 주제는 주로 현대사, 그중에서도 특히 범죄와 관련된 뒷이야기다.

시즌 1에서 지존파 사건, 서진룸살롱 사건, 탈옥수 신창원 사건, 오대양집단 변사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룬 데 이어 시즌 2에서도 정남규 연쇄살인사건,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인 사건, 춘천 강간살인 조작사건 등으로 4∼5% 이상의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콘텐츠 영향력지수(CPI) 역시 예능분야 톱50에 들어간다.

‘당신이 혹하는 사이(당혹사)’는 과거형으로 끝난 꼬꼬무 대신 ‘현재진행형’ 음모론을 다룬다. 윤종신, 송은이, 유빈, 봉태규, 권일용 프로파일러, 변영주 감독 등이 한 테이블에 모여앉아서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스토리를 확장시켜 나간다.

첫회부터 파급력이 큰 ‘버닝썬 사태’를 갖고 와서 화제몰이를 했다. 10년 전 저수지에서 의문사한 강남경찰서 소속 이용준 형사의 이야기가 발전되면서 결국 의문사의 배후와 버닝썬 관계자의 접점을 지목해 화제가 됐다. 음모론을 가벼운 대화체로 터치하면서 논란의 여지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렌디한 스토리텔링

tvN의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알쓸범잡)’의 경우 범죄심리학자 박지선과 정재민 법무심의관, 김상욱 물리학박사, 장항준 감독 등 출연자들이 특정지역으로 이동해 그 지역과 연결된 사건을 짚어준다. 낮에는 각자 여행을 다닌 후 저녁에 모여 자신의 여행지에 얽힌 사건과 사고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마치 저녁식사 후 긴 수다를 떨 듯 유영철, 정남규 등 연쇄살인마뿐 아니라 3·1운동, 제주 4·3사건 등 근현대사의 비극을 조명한다. 인포테인먼트의 선두주자격이었던 ‘알쓸신잡’의 범죄판으로, 방송 이후 꾸준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사람들의 사건, 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잔혹한 강력사건이 늘면서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졌다. 사건이라는 소재가 주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다”며 “다만 사건은 큰 변화가 없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진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터뷰 교차편집처럼 대화를 교차편집하면서 흥미를 높이는가 하면, 편안한 ‘수다체’를 통해 시청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축적된 아카이브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뉴스 방송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취재된 자료화면을 ‘대방출’하며 손쉽게 재미있는 스토리를 엮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SBS의 경우 간판 교양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를 통해 30년간 축적된 사건, 사고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꼬꼬무와 당혹사에 나오는 많은 사건들이 이미 그알을 통해 방송됐던 내용들이다.

정 평론가는 “결국 같은 소재를 어떻게 세련되게 재해석해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느냐가 포인트”라며 “종합편성채널이 가장 옛날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면, 꼬꼬무와 당혹사 등은 ‘그것이 알고 싶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궁금한 이야기Y’ 등으로 진화하며 가장 트렌디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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