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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남아도 문제 나가도 불명예… 기소 앞둔 이성윤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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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피고인 중앙지검장 예고>
"인사 조치" "자진 사퇴" 목소리 커져
"혐의 인정하는 셈 될라" 용퇴도 난망
박범계 "기소와 직무배제 별개" 고심
수원지검 수사팀 이르면 12일 기소
한국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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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향후 거취에 여러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지검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이 지검장으로서는 ‘고립무원(孤立無援)’ 신세가 됐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이로 인해 ‘피고인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라는 최초 사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진 사퇴’ 또는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 지검장의 고집, 그간 ‘충성했던’ 그를 현 정권이 쉽게 내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더해지면서, 이 지검장이 끝까지 버틸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가 않다.

침묵하는 이성윤, 망설이는 박범계


10일 수사심의위 출석을 위해 휴가를 냈던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오전 8시 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정상 출근했다. 그는 주차장 입구에 진을 친 취재진을 피해 평소 이용하던 지하 주차장 대신 현관을 통해 청사로 들어갔다. 이후 이 지검장은 전날 수사심의위의 ‘기소 권고’에 대해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에 들어갔다.

이 지검장의 ‘침묵’을 검찰 안팎에서는 ‘거취’에 대한 고민이라는 해석이다. 그에 대한 기소를 자신하고 있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에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발령을 요청하는 등 이 지검장으로서는 선택의 순간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실제 수사팀은 이르면 12일 중 대검에서 절차가 끝나는 대로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의 기소를 전제로 '법무부의 직무배제 조치'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동훈 검사장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내면서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했던 전례를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해 한 검사장에 대한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경우처럼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실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인사 조치 또는 징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기소와 징계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기소돼서 재판을 받는 절차와 직무배제나 징계는 별도 트랙이고 기소된다고 다 직무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박 장관의 부가적 설명이었는데, 이 지검장에 대한 인사조치나 내부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땅에 떨어진 위상, 이성윤 자진 사퇴해야"


이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의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판을 받으면서 전국 최대 일선 검찰청의 수장을 맡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수도권 검찰청 검사는 “수사심의위까지 거치면서 이제는 어떤 자리로 가더라도 명예를 회복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 역시 "이 지검장 위상이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해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 지검장 혼자 판단으로 용퇴를 결정하기엔, 그의 거취가 현 정권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지방 검찰청 간부는 "용퇴 결정을 하면 이 지검장으로서도 혐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또한 그의 거취는 정권 판단에 달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꾸준히 친정권 행보를 보여온 점을 감안, 향후 인사에서도 그가 서울중앙지검장에 남는 등 중용되거나 고검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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