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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영상] 도둑갈매기 습격 받은 아델리펭귄 ‘복수는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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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리펭귄의 역습 행동 처음 확인

갈매기 둥지 기습해 알 깨뜨리기도



‘남극의 신사’ 가운데 하나인 아델리펭귄이 천적인 남극도둑갈매기의 둥지를 역습하는 장면이 처음 촬영됐다.

극지연구소는 10일 “김정훈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케이프 뫼비우스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로 아델리펭귄들이 도둑갈매기 둥지 세 곳을 공격하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아델리펭귄의 집단 번식지가 아닌 곳에서 이런 행동이 포착되기는 처음이라고 극지연구소는 설명했다.

아델리펭귄은 키가 약 70㎝, 몸무게가 최대 6kg까지 자라는 중소형 펭귄 종으로 남극 대륙 연안 전체에 걸쳐 분포하는 펭귄 가운데 서식지가 가장 넓다. 황제펭귄과 함께 지구의 최남단에 산다. 1840년 처음 발견한 프랑스 탐험가 쥘 뒤몽 뒤르빌이 아내 이름을 따 명명했다.


케이프 뫼비우스가 위치한 남극 로스해 일대는 아델리펭귄의 32%가 서식하는 곳으로, 도둑갈매기가 아델리펭귄의 알과 새끼를 사냥하는 모습이 흔히 포착된다. 연구팀은 아델리펭귄이 도둑갈매기처럼 사냥 등 특정 의도를 갖고 도둑갈매기를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둑갈매기는 펭귄 둥지를 습격해 먹이를 구하는 반면, 펭귄은 다른 조류의 알과 새끼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호기심이 많고 호전적으로 알려진 아델리펭귄 무리가, 도둑갈매기가 침입자한테 보내는 경고음에 오히려 이끌려 접근했다가 우발적으로 공격한 상황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카메라가 설치된 지역도 가장 가까운 아델리펭귄 집단 번식지와 17㎞ 이상 떨어져 있어 새끼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동으로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럼에도 도둑갈매기 둥지를 기습한 아델리펭귄은 마치 자기 집을 공격한 갈매기한테 복수라도 하듯 갈매기 알을 밟아 터뜨리기도 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지난달에 국제학술지 <다양성>(다이버서티) 특별호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생물다양성’에 발표했다. 남극 로스해는 수십만 마리의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이 서식하는 특별보호구역으로, 펭귄 말고도 남극이빨고기(메로) 등 95종의 어류와 수십종의 크릴, 물범, 고래, 바닷새 등이 사는 생태학적 보고이다. 김정훈 책임연구원은 “아델리펭귄의 행동처럼 남극 생태계에는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아 남극 동물들의 행동과 생태 비밀을 풀어갈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