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네이버 '본사 주도' 카카오 '계열사 자율'...빅딜도 차이나는 경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네이버

본사 큰줄기에 계열사 따라가기

일사불란 모습·리스크 관리 용이

때론 유연성 부족이 발목잡기도

카카오

각 계열사가 새먹거리 찾기 앞장

본사는 투자전략 서포트 분위기

"체계 허술·어디로 튈지 모른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에 나서는 가운데 두 회사의 투자전략이 극명하게 갈려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전체 계열사의 투자전략이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중심으로 진행하는 ‘본사 주도형’인 반면 카카오는 각 계열사가 주도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도록 하는 ‘계열사 자율형’ 전략을 택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는 올해 들어 수 천억 원 대 ‘빅딜’도 주거니 받거니 해나가는 등 각자의 방식대로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본사가 거의 모든 투자전략에서 구심점 역할을 한다. 핵심은 박 CFO다. 박 CFO는 5명의 책임리더와 함께 투자, IR, 리스크 관리 등을 총괄한다. 김남선 ‘Growth&True North’실 책임리더와 이정안 ‘i2(Intelligence·Investment)’실 책임리더가 ‘투톱 체제’로 전반적인 투자 부문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김 책임리더가 합류한 이후 M&A 전략에 급격한 기류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에는 주로 100억 원 안팎의 중소 규모 투자에 주력해 왔지만, 김 책임리더 합류 후 투자 규모 자체가 수천 억 원 대로 커지면서 ‘메가 딜’에 뛰어들었다. 네이버가 올해 초 6억 달러(약 6,500억 원)를 들여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것도 김 책임리더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0월 CJ그룹과의 8,000억 원 지분 교환, 올 5월 신세계그룹과의 2,500억 원 지분 교환 역시 김 책임리더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김 책임리더는 맥쿼리자산운용 PE팀 출신으로 맥쿼리PE에서 LG CNS, ADT 캡스 등 대규모 딜을 이끌며 M&A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맥쿼리PE에 앞서 모건스탠리에도 5년 가까이 몸 담았다. 당시 그와 함께 일했던 투자금융(IB) 업계 한 관계자는 “차분한 성격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식견이 넓고 상황 판단이 빠른 천재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본사 주도형 투자 전략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한 벤처캐피탈(VC) 업체 대표는 “네이버의 투자전략은 큰 줄기를 따라가기 때문에 전반적인 맥락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방향성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며 “다양한 내부 사업들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 촘촘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고, 리스크 관리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대형 PEF 운용사 대표는 “하루를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변화가 많은 M&A 시장에서 네이버식 투자운용 방식은 폐쇄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지나치게 본사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면 M&A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타이밍’을 놓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본사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구상해왔지만 최근 계열사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실제 카카오의 M&A 투자전략을 짜고 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은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배재현 수석부사장이다. 그는 CJ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지난 2016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그해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멜론’ 인수를 맡았고, 이듬해에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이후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 등 대규모 딜도 배 부사장이 속한 ‘빅딜팀’이 성사시켰다.

최근에는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가 확장되고 주요 계열사가 자리를 잡은 뒤로는 각 계열사가 앞장서 투자 집행과 유치를 이끄는 경향이 강화됐다. 올해 5,000억 원을 들여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구글로부터 56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와 TPG 등으로부터 1,400억 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이끌어낸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엔터는 이진수 대표가 직접 1년 가까이 래디쉬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려 경영에 깊이 관여하는 등 오랜 공을 들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최근 자금 수혈은 이창민 부사장(CFO)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 계열사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들이 투자전략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추진하는 키를 잡고, 본사는 이를 서포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같은 카카오의 투자전략은 계열사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시의적절한 M&A나 창의적인 투자가 가능하지만, 전체적인 투자 흐름에 일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 공동체 내부적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각자도생 하다시피 투자에 나서다 보니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어떤 계열사가 더 성공적인 투자를 하느냐를 두고 내부 경쟁이 치열해서 한 쪽이 성과를 내면 다른 쪽에서 강하게 견제를 하는 모습도 나온다”고 전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