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엇갈리는 메시지, 메신저의 급하차…한계 부닥친 윤석열 '전언정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격적인 대변인 사퇴 발표

본격적인 정치 행보 이전인 상황에서 혼란 이어져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입장차 가능성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윤 전 총장 측근에 따르면~'으로 알려진 ‘전언정치’의 비판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메신저 역할을 맡았던 대변인이 임명 10일만에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진 탓이다. 일련의 상황 전개 속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의 과정이나 방향성 모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윤 전 총장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오전 7시7분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 전 논설위원이 물러난 배경 등과 관련해 윤 전 총장 측은 ‘건강상의 이유’를 공식적인 이유로 설명했다. 이 전 논설위원과 함께 윤 전 총장의 대변인 역할을 맡은 이상록 대변인은 "이 전 대변인은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자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분석은 이와 사뭇 다르다. 의견이 서로 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이 18일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겸허하게 잘하자면서 격려했다"고 언급을 했다. 이날은 사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관련 해프닝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


문제의 18일 이 전 논설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사회자는 "지금 하시는 말씀은 국민의힘 중심을 많이 생각하시니까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걸로 제가 받아들여도 될까요"라고 묻자, 이 전 논설위원은 "네 그려서도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불과 한 시간여 시간이 지난 뒤 이 전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이라며 "영향력 있는 분들 만나 다양한 목소리 듣겠다. 시장 다니며 오뎅 먹는 것 아니다. 다양한 목소리 들을 것", "입당 여부는 그 이후 판단할 문제다"라고 소개했다. 앞서 라디오에서 밝혔던 내용을 뒤집는 내용이다.


그간 윤 전 총장 측근을 자처하는 목소리의 홍수 속에 혼란이 빚어졌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일부 언론과의 통화 또는 윤 전 총장 측으로 소개되는 전언의 형식으로 메시지를 내왔다. 이런 혼란 속에서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의중은 대체 무엇이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또 다른 상황이 벌여졌다. 이제는 하나의 창구라는 윤 전 총장 대변인의 메시지마저도 한 시간만에 뒤집히는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해프닝 이후 정치권에서는 ‘전언정치’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봇물 터지듯 제기됐다.


일단 정황만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를 둘러싼 내부 이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입당을 둘러싼 대변인의 발언 해프닝이 벌어진 뒤 윤 전 총장이 공보진을 만났다는 것은 이견 조정 또는 갈등 봉합의 수순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봉합 과정에도 불구하고 이 전 논설위원이 하차했음은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된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이 전 논설위원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밀어붙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전 논설위원이 장예찬 시사평론가의 택시 발언을 강하게 반박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면서 "국민의힘 입당을 원하는 대변인 개인의 속내가 전해지는 것은 내 촉이 유난히 빨라서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장예찬 시사평론가가 버스론 등을 들면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채 대선에 직행하는 택시론을 제기하자, 이 전 논설위원이 "장예찬 씨는 윤석열 총장의 지지자일 뿐"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어 18일 일련의 해프닝 직후 유 평론가는 "자꾸 대변인의 희망사항이 발설되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지적했다.


즉, 이 전 논설위원의 일련의 행보는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추진한 쪽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 전 논설위원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역으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에 그만큼 멀어졌음을 뜻한다. 앞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잇달아 연락을 취하며, 입당 가능성이 커졌던 때와는 달라진 상황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 변화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출범 등이 세간에 알려졌던 것과 달리 윤 전 총장쪽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아울러 택시론 즉, 국민의힘 경선을 거치지 않고 대선으로 직행하는 가능성이 닫혀 있는 카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일단, 윤 전 총장은 이순신 장군이 밝혔던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을 인용해 본인의 의중을 전하고 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입당 등의 행보는 아직 미정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윤 전 총장이 직접 마이크 앞에 나서기 전, 어쩌면 나선 뒤에도 전략적 모호성이든 결정을 유보한 것이든 당분간 윤 전 총장의 정치행보를 둘러싼 추측, 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