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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폐암·뇌졸중 데이터 개방…'AI 의료서비스'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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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부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4억8000만건을 공개한다. 사진은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의료 영상 전문 기업 딥노이드 연구원들이 의료 SW를 검증하는 모습. [사진 제공 = 딥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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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2만6446㎡(약 8000평) 규모 사과 농사를 짓는 윤중근 씨는 최근 일이 많이 줄었다. 8개 밭을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 없이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관리하기 때문이다. CCTV로 과수원 상태를 확인한 뒤 원격으로 물을 주고 비료도 준다. 비바엔에스는 2018년부터 이 같은 노지 스마트팜 솔루션 기술을 개발해온 회사다. 현재 전국 12개 지방자치단체의 특산물 재배 농가 200여 곳에 솔루션을 공급한다. 제주 감귤, 장흥 블루베리, 부안 마늘, 안동 고추 등 국내 대표 특산물 재배 농가들이 이 회사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신우진 비바엔에스 이사는 "노지는 기상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통제가 어렵고, 우리 지형 특성상 경사지가 많아 같은 밭이라도 물 양을 다르게 줘야 하는 등 관리하기 까다롭다"며 "농부들 경험에 의존하던 것을 첨단 센서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도화해서 수확량이 15~20%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척박한 데이터 농업 시장을 개척하던 이 회사는 가뭄에 단비 같은 기회를 만났다. 정부가 2017년부터 모아온 AI 학습용 데이터를 지난 18일부터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인 '데이터 댐' 수문이 활짝 열린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농작물 데이터를 비롯해 한국어 음성, 헬스케어,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집한 데이터 170종을 'AI 허브'에 공개한다. 주요 기업과 기관, 대학, 병원 등 674곳이 데이터 구축에 참여했으며 국민 4만여 명이 AI 시대 신종 직업인 '데이터 라벨러'가 돼 가공 작업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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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플랫폼 회사 딥노이드도 AI 허브 데이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회사는 뇌동맥류 검출 AI '딥뉴로' 등 15개 솔루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허가를 받았다. 또 딥노이드는 코딩을 몰라도 의료 AI를 연구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딥파이'와 전 세계 연구자들이 의료 AI를 개발해 제품화하고 사고팔 수 있는 웹기반 플랫폼 '딥스토어'도 서비스하고 있다.

김태규 딥노이드 연구소장은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자체 구축하거나 협력 의료기관을 찾으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정부가 폐암, 뇌졸중, 전립선암, 유방암 등 다양한 데이터를 공개한다고 해 기대가 크다"면서 "동일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작업에 2~3년 걸리던 게 1~2년으로 단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딥노이드는 기존에 인허가를 받은 15개 솔루션의 성능을 높이고 유효성을 검증하는 데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대전도시철도공사는 대전역과 시청역에서 '인공지능 CCTV 안전시스템'을 시범운영 중이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지거나 에스컬레이터 낙상 사고, 플랫폼 실신 사고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이 시스템은 빅데이터를 학습해 13종의 이상행동과 6종의 객체 추적 기술을 탑재했다. 몰래카메라나 폭행, 유기, 기물 파손 등 이상행동이 감지되면 경광등에 불이 들어오고 안내 음성이 나오기 때문에 역무원들이 다른 일을 하다가도 즉시 출동할 수 있다. 김중진 대전도시철도공사 과장은 "데이터 라벨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구축해 대전 모든 역으로 확대하고 시민 안전을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에 개방한 데이터에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자체 확보하기 어려운 양질의 데이터가 대거 포함돼 있다"면서 "특히 한국형 AI 학습용 데이터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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