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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사건건 때리는 與, 대거리하는 이준석···득실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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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대표는 지난 17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억지로 까는(억까) 소모적 정치를 이제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 대표를 대하는 실제 태도는 송 대표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연일 ‘이준석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지도부ㆍ대선주자ㆍ민주연구원장 할 것 없이 모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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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는 강남갑 당원협의회(위원장 태영호 의원)에서 기획했던 '청국장, 청년이 바라는 국민의힘 소통의장' 프로젝트에 이 대표가 참여 의사를 표명하면서 이뤄졌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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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답변 촉구→李 즉각 응수→與 집중 비판 패턴 반복



첫 포화를 날린 건 윤호중 원내대표였다. 이 대표 당선(11일) 사흘 만인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원내대표는 “새 야당 지도부는 수술실 CCTV 설치법, 포털 공정화, 미디어바우처법 도입 등 입법 과제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며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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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원내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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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 대표는 불과 3시간 만에 답을 내놨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사고를 줄이고 진상규명을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순기능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좀 더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

이 대표가 특유의 즉각적 반응으로 논쟁에 뛰어들자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 파상 공세를 폈다. “기득권의 편에 서서 반대한다면, 그런 청년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14일 김남국 의원), “절대 강자인 의사에게 힘을 더 보태는 것이 ‘이준석의 공정’인가”(15일 강병원 최고위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여권 1위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15일 페이스북)라며 가세했다.

이에 이 대표는 15일 저녁 “(수술실 CCTV 설치에 신중하자는 입장을 갖고,) 민주당은 언제까지 선악을 조장해서 정치하실 건가”(페이스북)라고 재차 맞섰지만 “수구 꼰대 기득권 논리(에 있는 것 같다)”(18일, 노웅래 민주연구원장)라는 비판은 계속됐다.

차별금지법을 두고도 민주당과 이 대표 사이엔 ‘답변 촉구→즉각 응수→집중 비판’의 패턴이 반복됐다. 지난 16일 민주당판 차별금지법인 ‘평등법’ 발의 기자회견장에서 권인숙 의원은 “이 대표가 공정을 내세우는데, 가장 밑바닥의 반인권적인 차별과 혐오의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하루 만인 17일 “원칙론에 공감하지만, 입법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 시기상조”라고 선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시기상조 운운하는 것은 많이 보아 온 구태”(이상민 의원), “얼마나 더 논의해야 하는 것인지 말씀해 달라”(박주민 의원)는 비판의 봇물이 터졌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흔들기 위해 병역관련 의혹을 다시 꺼내들었을 때도 전개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김용민 최고위원이 “산업기능 요원으로 복무하던 중 지원 자격이 없는 국가사업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3시간 만에 “이미 10년 전에 끝난 이야기”(페이스북)라고 맞받았다. 그러나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공당의 대표라면 본인의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고 쟁점을 피해 가지 말고 확실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물고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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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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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민주당이 공식 유튜브까지 동원해 이 의혹 확산에 나서자 이 대표는 “억까(억지로 까기)하지 말자면서요”(페이스북)라고 항의했다. 민주당은 결국 영상을 내렸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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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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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지 않다”는 말의 역설…“李, 자충수 빠질 수도” 우려도



민주당이 이준석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건 긴장감의 발로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8일 의원총회에서 “저희는 (이준석 현상이) 부럽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다”고 했는데, ‘이준석 현상’이 국민의힘의 2030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 대표가 최근 잇딴 호남행으로 민주당 텃밭까지 공략하고 나서자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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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광주광역시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을 애도하고 있다. 사진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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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을 회피하지 않는 이 대표의 응전은 양날의 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자기 주장을 가감 없이 밝혀 주목을 끌어온 이 대표의 스타일을 역이용하고 있다”며 “개인적 소신을 앞세운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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