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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fn스트리트] 탄소중립 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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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그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이른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앞장서 '탄소 제로'를 향한 도전과 실험에 나서면서다.

GS칼텍스가 스웨덴 에너지기업 룬딘에서 '탄소중립 원유'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국내 최초로 200만배럴 도입되는 이 원유는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 해상유전에서 생산된다. 고급 탄소 포획기술로 값싼 보통 원유에 비해 평균 탄소배출량을 40분의 1로 낮춰 탄소감축 국제인증 기준을 충족시킨 원유다. 게다가 탄소를 흡수할 나무를 심는 룬딘사의 평소 공헌도 인정받아 '탄소중립 원유'로 불리게 된 것이다.

원유 등이 주원료인 합성수지는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를 내뿜고 사용 후에도 잘 썩지 않는 환경 애물단지다. 이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고형연료로 만들어 전기를 생산(SRF발전)하기도 하지만, 이때 미세먼지 등을 배출하는 게 문제다. 그래서 SK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SK종합화학과 SKC 등이 국내외에서 폐비닐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2460억원 규모 투자에 나서면서다. 폐비닐이란 신(新)유전에서 등유 등을 추출하며 환경도 지키겠다는 일석이조 격 시도다.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세계 각국은 지난해 속속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란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다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정유 등이 우리의 주력산업이라 성장 지체 등 후유증도 걱정된다. 영국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문명사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 발전한다고 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역발상 투자가 그래서 반갑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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