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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선 출마 선언 1주일 앞…흔들리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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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선언 1주일을 앞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사진)이 데뷔 전부터 안팎의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임명 열흘 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불협화음이 새어 나왔고, 여권에서 제기한 ‘윤석열 X파일’을 야권 인사가 인용, ‘윤석열 불가론’을 제기하면서다. 특히 이 전 대변인의 사퇴 과정은 윤 전 총장이 고수해온 ‘전언 정치’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윤석열 X파일’로도 의혹이 커지는 양상 역시 윤 전 총장이 검증 무대로 올라오는 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보신 전략’에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대변인은 20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기자들에게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가장 먼저 공식 임명한 참모가 열흘 만에 물러난 것이다. 함께 선임됐던 이상록 대변인은 SNS 메시지로 “윤 전 총장은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하자고 격려했으나, 19일 오후 건강 등의 사유로 더는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수용했다”고도 했다.

대변인 사퇴에 ‘X파일’까지…역풍 부른 윤석열의 ‘전언 정치’
국민의힘 입당 기정사실화 등 의견 대립…사실상 ‘경질’ 분석
여권 ‘X파일’ 공세에 야권서도 ‘불가론’…“대응 않겠다” 고수

공식적으론 건강 등을 사퇴 이유로 들었지만, 윤 전 총장이 사실상 경질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변인 사이에선 국민의힘 입당 문제로 메시지 혼선이 벌어진 바 있다.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입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후 윤 전 총장은 이 전 대변인을 통해 “입당 여부는 (민심 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고, 일부 언론과 직접 통화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수습하듯 내놓기도 했다. 이 전 대변인은 캠프 내부에서 ‘국민의힘 입당파’로 분류됐다고 한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두고 의견 대립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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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윤석열 캠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캠프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한 사무실에서 20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오는 27일 대선 출마를 밝힐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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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변인의 사퇴는 이르면 27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의 ‘전언 정치’와 ‘간보기 정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입’ 역할을 해온 참모의 거취가 불투명하게 정리되는 방식은 새 정치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찰총장 때와 대선 후보로서는 소통 방식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며 “쌍방향 소통은 기본이다. 윤 전 총장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의 ‘X파일’ 발언도 윤 전 총장의 데뷔 무대를 흔들어 놓고 있다. 장 소장은 전날 SNS에서 문서화된 ‘X파일’을 입수했다면서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구나라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아군 진영에서 수류탄이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의혹을 공개하라면서 “내용에 허위, 과장이 있으면 형사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해서도 “법적 문제가 있으면 처벌받고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여권 내 의혹 제기가 야권 내 압박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의혹이 증폭되는 과정에 윤 전 총장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증 시점을 늦추려다 의혹이 커지는 것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이날도 윤 전 총장은 X파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상록 대변인은 통화에서 “X파일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일단 ‘엄호’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만약 문서가 돌아다닐 만한 결함이나 잘못이 있었다면 작년에 그것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압박했을 것”이라며 “진실이 아닌 내용이거나 크게 의미 없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석열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 이준석 대표 당선 등으로 흐름이 야권에 와 있었지만, 윤 전 총장이 이런 흐름을 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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