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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니피'를 아시나요...GTX-C 열기에 등장한 신종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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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왕십리역, 인덕원역 신설 놓고 이웃 지역인 청량리, 과천·군포시 반대 목소리]

GTX-C(수도권광역급행열차) 신설역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지역 간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를 뜻하는 '님비'(Not in my backyard),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에 이어 다른 지역의 시설 유치를 반대한다는 뜻의 '니피'(Not in your front yard)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GTX-C 사업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역 신설 여부를 놓고 지역 주민들간 갈등이 점화하고 있다. 특히 왕십리, 인덕원역 신설이 확실시 되면서 왕십리와 인근한 청량리, 그리고 인덕원과 인근한 과천·군포시의 일부 주민들이 역 신설을 반대하고 나섰다. 청량리와 과천, 군포역은 사업자 입찰 이전에 정부가 확정한 10개역에 포함된 상태였고 왕십리와 인덕원은 현대건설이 새로 제안한 역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연일 지역 주민들간, 그리고 기타 지역 주민들까지 가세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된 인덕원역은 국토부가 제시했던 군포 금정역과 역간 거리가 5.4km, 정부과천청사역과는 3km 가량으로 멀지 않은 만큼 인덕원역에 GTX-C가 정차하면 표정속도(열차 운행 구간거리를 운행에 걸리는 시간으로 나눈 수치)가 느려져 광역급행열차로서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 이들 지역의 반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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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시와 군포시는 안양시가 인덕원역 유치에 나서던 2019년부터 주민들은 물론 시 차원에서도 공식입장을 내며 이를 반대 해왔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지난해 "안양시의 인덕원역 신설 요구가 당초 GTX 사업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고, 한대희 군포시장도 "인덕원역 정차는 열차 표정속도를 떨어뜨리고 사업비도 늘려 경제성을 하락케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커뮤니티도 시끄럽다. 인덕원역 지역 주민들은 "서로 잘되면 좋은 것인데 남의 지역에 수혜를 주지 않으려고 몽니를 부린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과천과 군포는 2019년 국토부가 제시했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경제적 이유로 인덕원역 추가를 배제했는데 안양시가 끼어든 것이라며 근거 없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왕십리 상황도 비슷하다. 왕십리에 신설역을 두는 것에 대해 청량리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GTX-C의 대표적인 수혜단지로도 꼽히는 청량리역 인근 한 신축아파트 공사장에는 "GTX 왕십리역 신설반대"라는 현수막이 크게 붙었고 왕십리역 신설이 확실시된 이후로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서명운동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역시 열차의 표정속도, 사업 경제성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또 왕십리가 속한 성동구에서 기존 안을 무시하고 자체 타당성 조사와 서명운동 등을 밀어붙이며 끼어들었다고 본다.

물론 이에 대해 왕십리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왕십리 지역의 한 주민은 "지역 이기주의의 끝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서로가 윈-윈하면 좋은 것인데,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을 정도로 서로 깎아내리고 다투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먼저 유치했는데, 이웃 지역에 추가로 역이 들어서며 열차의 속도를 늦추고 비용을 늘리는 등 경제성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지자체 차원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자기 지역의 인구 유입, 집값 상승 등의 수혜에 있어서도 '나눠갖기'나 상대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란 계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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