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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재고도 없고 별로 싸지도 않다? '한여름 블프' 비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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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손시에서 아마존 배달 직원이 상품을 옮기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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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블랙프라이데이'가 김빠진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공급 병목(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 때문이다. 공급망 혼란 속 충분한 제품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물품이 일찍 바닥날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CNBC는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아마존의 대규모 할인 행사 ‘아마존 프라임데이’에 입점한 업체들이 광범위한 공급망 중단 상황과 씨름을 벌이고 있다고 미 CNBC 방송이 보도했다.

2015년 시작된 프라임데이는 ‘한여름의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린다. 온라인 매출이 줄어드는 여름에 진행되는 대규모 할인 행사라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10월에 열렸다 올해 다시 여름으로 일정을 당겼다.



아마존 입점업체 절반 “재고 부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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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국 메사추세츠주 데드햄시에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아마존 프라임 로고를 단 승합차를 타고 물품을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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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데이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미 물류업체 프라이토스가 아마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177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가 공급망 혼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은 공급 지연으로 인해 올해 프라임데이의 재고가 부족할 것라고 밝혔다.

장난감 제조업체 MGA엔터테인먼트의 아이작 라리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을 하면서 42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과 같은 혼란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나마 MGA는프라임데이 몇 개월 전부터 재고를 쌓아둬 살길을 찾았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는 이마저도 할 수 없다. 프레이토스의 즈비 슈라이버 CEO는 “아마존 중소 판매업자 대부분은 (대기업처럼) 프라임데이 3개월 전에 재고를 확보할 현금이 없다”고 지적했다. 판매업자의 비용은 커지고 프라임데이 할인 폭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여름의 블랙프라이데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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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아마존 배송기사가 택배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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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병목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의 소매 판매 대비 재고 비율은 1.07로 1992년 이후 29년 만에 최저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소매업체가 향후 한 달 치 정도의 재고만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만6000곳이 넘는 회원사를 두고 있는 전미소매협회(NRF) 설문에서도 3분의 2가 넘는 회원사가 공급 차질로 물건을 확보하기까지 2~3주 정도 더 시간이 소모된다고 답했다.

공급 부족은 안 그래도 들썩이는 미국 물가의 상승 압력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코로나 백신 보급에 속도가 붙고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경기부양 예산이 투입되면서 미국 경제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물가가 오르며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 상승했다. 28년 만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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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미국 소매 재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딸리는 공급은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급 부족 속 원자재 값이 폭등하며 생산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년 전보다 9.0% 오르며 2008년 9월(9.1%)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치솟는 생산자 물가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의 수출 현상까지 나타날 우려도 커진다.



“공급 부족 2022년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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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미국 메인주 뱅고르에서 한 노동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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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공급난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WSJ은 “전문가들은 미국 내 공급난이 최소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 병목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투자은행 제퍼리스의 아네타 마코스카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최선의 경우를 상정해도 12개월 내 공급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학 시즌인 오는 9월부터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 병목 현상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에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많은 생산 공장이 문을 닫은 데다, 반도체와 플라스틱 등 핵심 원자재는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여기에 선적 컨테이너와 선박·항공기 부족도 공급 혼란을 가중했다. 물류와 원자재 부족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문가는 예상하고 있다.



빨라지는 ‘통화 긴축’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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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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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이 길어질수록 힘들어지는 것은 산업 현장만은 아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며 미국의 통화 긴축 시계가 빨라질 수 있어 여파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공급망 부족이 “일시적 병목현상”이라며 인플레이션도 단기에 끝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공급 부족 상황이 길어진다면 Fed도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파월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고 지속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4%, 내년엔 2.1%로 3개월 전보다 올려 잡았다.

WSJ은 ”공급 부족 현상이 2022년까지 지속한다면 인플레이션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Fed 등) 관리들은 기존 통화정책을 바꾸라는 압력을 더 강하게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조기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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