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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World & Now] '초개인화'는 '고객중심경영'의 다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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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의 아이스크림 '벤앤제리스'를 들어보셨나요? 품질 좋은 원료를 쓰는 걸로 유명한 프리미엄 브랜드예요(하겐다즈의 경쟁사랍니다). 지난해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린 페이스북에 광고를 끊으면서 미국에서 대중적 이미지가 좋아졌죠. 특히 제품 이름을 매우 재미있게 짓는 걸로 유명한데요. 예를 들면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퀸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를 따라한 '보헤미안 라즈베리', 인도의 고대 서적인 '카마수트라'를 패러디한 '카라멜수트라' 등과 같은 제품을 내놓는답니다.

하지만 단지 말장난만 잘하는 회사는 아닌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아이스크림 매출이 떨어지자 IT의 힘을 빌려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요. 저는 조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먼저 이 회사는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다는 것을 알고, 레스토랑의 음식과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맞춤형으로 배달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벤앤제리스는 과거 해당 고객이 주문을 했던 데이터와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의 데이터 등을 종합해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추천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했답니다. 그 과정에서 어도비 같은 기업들이 제공하는 고객관리 및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사용했지요. 초개인화란 이처럼 특정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인 선호도를 파악해서 각자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제품 전달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벤앤제리스 같은 경우는 배달 앱 다운로드 양이 50% 늘었으며,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2020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아이스크림 브랜드를 유지했다고 하니 효과는 대단하다 할 수 있겠네요.

초개인화의 도입 사례들은 참 많습니다. 미국의 세입자보험을 제공하는 '레모네이드'의 경우 코트를 잃어버린 손님의 보험금 청구 요청을 7분 만에 수락해 준 사례가 있었는데요. 그만큼 고객의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금 처리가 빠른 거라네요.

물론 초개인화는 결코 간단한 과제는 아닌 것 같아요.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이 반복돼야 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초개인화에 기업들이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기업의 경쟁은 고객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CEO나 임원, 부장 등과 같은 회사 내 위계질서를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당연하게도, 기업들은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고객들을 위하는 제품들을 만들며, 그 제품들이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 파악하는 과정들이 필수적일 겁니다.

초개인화는 겉으로 보기에는 '기술'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초개인화는 이처럼 고객중심주의라는 기업의 '문화'와 직결돼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저 '기술'이라고만 생각해 버린다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rfros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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