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잡코인 대청소’ 거래소 빅3 벌써 41개 버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무더기 상장폐지에 유의종목 지정

코인 60% 정리한 거래소도 등장

“상장도 폐지도 맘대로 해도 되냐”

업비트, 코인업체와 법정다툼 조짐

“불량코인 정리 맞지만 문제는 속도”

중앙일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알트코인’의 무더기 정리에 나섰다. 사진은 21일 서울 강남구의 업비트 라운지에서 암호화폐 시세를 표시한 모습.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암호화폐)의 무더기 정리 작업에 나섰다. 업비트·빗썸 등 업계 상위 업체들이 정리 작업을 주도한다. 암호화폐 거래 규모 1위인 업비트는 지난 18일 24개 종목을 상장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에 상장 폐지한 종목(5개)과 합치면 이달 들어 이 업체의 상장 폐지 종목 수는 29개에 이른다. 거래 규모 2위인 빗썸은 지난 17일 네 종목을 상장 폐지했다. 3위 업체인 코인빗도 지난 15일 여덟 종목을 상장 폐지하고 28개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 업체에서 거래하는 종목(70개)의 절반가량을 상장 폐지하거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는 의미다.

은행에서 고객의 실명 확인 계좌를 받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인 프로비트는 지난 1일 145개 종목을 상장 폐지했다. 지난달 이 업체에 상장한 암호화폐 종목 수(365개)와 비교하면 60% 이상이 거래 목록에서 사라졌다.

업비트가 상장 폐지를 결정한 암호화폐인 엔도르는 2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0.6원에 거래됐다. 지난 10일 종가(55원)와 비교하면 80%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심사를 통해 상장을 결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상장 폐지를 결정해도 되냐”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6월 이후 상장폐지 대상 암호화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체 기준으로 상장이나 상장 폐지를 결정한다. 이번에 상장 폐지를 발표할 때는 “내부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암호화폐 거래소 입장에선 상장 종목이 많을수록 거래 수수료를 늘리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업비트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으로 5400억원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업비트는 다른 거래소가 취급하지 않은 코인(암호화폐)을 상장시켜 업계 1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업비트가 상장 폐지한 종목 중 하나를 발행한 프로젝트팀과 업비트 사이에선 상장 수수료 등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형사 고발과 민사 소송 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상장) 코인 개수를 줄이는 게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상장이나 상장 폐지 등 관련 규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투자자 보호”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알트코인 정리 작업은 당분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못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폐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계좌 발급 제휴 등을 필수 요건으로 제시했다.

중앙일보

업비트 상장폐지 코인 등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핵심은 은행에서 고객의 실명 확인 계좌를 받는 것이다. 현재 은행에서 실명 계좌를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네 곳(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뿐이다. 이들 업체도 은행과 재계약을 위해 위험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위험평가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반발에도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대량으로 상장 폐지하는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라며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한 종목 수가 많을수록 은행의 위험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불량 코인을 정리하는 건 시장의 건전한 자정작용이라는 점에서 방향은 맞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암호화폐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당국이 나서 유예기간과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특금법에는 금융당국이 직접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할 근거는 없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만든 종목을 직접 상장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