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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교육계 학력쇼크]③학력붕괴 대학도 불똥…“수업 못 따라오는 학생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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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대 신입생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

"전공 수강 어려워 기초수학·영어 듣는 학생 늘어"

기초과목에 인력·비용 투입, 전공수업에도 악영향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초·중·고 학력저하 쇼크는 대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폐지되면서 대학 신입생들의 학력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학에선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기초교과목 운영으로 정작 전공교육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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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교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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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이공계 A교수는 “대학에서 기초과목을 듣는다는 것은 아직 전공수업을 이해할 준비가 안 됐다는 의미”라며 “고교 과정에서 기하·벡터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오는 학생이 많아 전공과목 수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수학에서 기하·벡터가 선택과목으로 바뀌고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서도 제외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후 수학·과학계가 반발하면서 올해 치러지는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출제범위에 다시 포함됐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입생 3명 중 1명은 영어, 5명 중 1명은 수학과목에서 기초학력이 각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신입생 중 영어실력이 부족해 ‘기초영어’를 수강한 학생 비율은 2017년 29.6%에서 △2018년 30.4% △2019년 32.5% △2020년 33.3%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또 수학실력이 미진해 ‘기초수학’ 또는 ‘미적분 첫걸음’을 수강한 학생 비율도 2019년 14.4%에서 2020년 15.0%로 늘었다.

A교수는 “교과과정이 개편될 때마다 어려운 부분을 빼는 추세이다 보니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오면 적응을 못 하는 것”이라며 “대학에서도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위해 기초교과목 운영에 인력·비용을 투입하느라 정작 전공과목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수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경쟁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학력저하까지 겹치며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크게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서강대 화학과의 B교수는 “학생들의 기초학력저하 문제는 몇년간 지속돼 온 문제”라며 “상당수 교수들이 대학교육을 받을 준비가 안 된 신입생이 많다고 불평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숙명여대 경영학부 C교수도 “수능성적이 필요 없는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도 많기에 수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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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의 기초 영어·수학 수강 비율(자료: 곽상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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