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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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 사퇴 117일 만에 직접 입을 열고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은 "우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면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야권 잠룡 중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이 공식 대권 행보에 나섬에 따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통령선거 판도에 '태풍급'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9일 윤 전 총장의 정치 선언식이 열린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근처에는 윤 전 총장 지지자와 취재진 수백 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윤 전 총장은 직접 쓴 연설문을 통해 문재인정부에 대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특히 문재인 정권 주요 정책을 나열하며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운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이라고 언급했다. 또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정권과 이해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로 '자유'를 언급하며 보수 야권 주자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이 정권은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 이 정권은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인가"라며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기술 기반 혁명과 경제사회 제도의 혁신을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이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에 공정과 자유민주주의를 바라고 혁신을 기대한다는 것은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가장 강조한 것은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 지지와 열망이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그야말로 부패완판(부패가 완전 판을 치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정권 교체라는 국민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여당에서는 윤 전 총장 선언문에 대해 '10원짜리 값어치도 없다'는 혹평이 쏟아진 반면 야당에서는 '훌륭하고 인상적인 연설'이라는 호평을 내놓았다.
윤석열 '청년' 8번·'분노' 7번 언급…"국민의힘과 정치철학 같다"
대권도전 선언문 내용은
尹 "X파일 문건 못 봤다"
부인·장모 관련 논란 질문에
"출처불명의 흑색선전" 일축
'제1 야당' 국민의힘에 대해선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 동의
구체적인 입당 시기는 안밝혀
유력 주자에 대한 평가는
"최재형, 인격적으로 훌륭"
이재명에 대해선 말 아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외신 10여 곳을 비롯해 113개 언론사가 참여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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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정치 입문을 공식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와 강한 정권 교체 의지를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연설문에서 '공정'을 9차례, '법치' '자유민주주의' '청년'을 각각 8차례, '분노'를 7차례 언급했다.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반(反)문재인 빅텐트'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지도 읽혔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과 국민의힘 입당 등 정치적 현안에는 자신의 신념과 원칙론을 강조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 밝혀나갈 입장을 통해 유권자 인식과 지지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먼저 자신의 장모가 요양급여 편취 혐의 등으로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도 법 적용에는 절대 예외가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면서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모가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고 발언했다고 알려졌던 것을 바로잡은 셈이다. 그는 "그런 표현은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윤 전 총장과 만찬을 했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에 전한 것으로, 당시 정 의원도 '발언이 와전됐다'며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자신은 물론 부인이나 장모 관련 의혹이 망라됐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X파일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제 국정수행 능력이나 도덕성과 관련해 어떤 합당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상세하게 설명해드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X파일에 대해서는 "문건은 아직 보지 못했다"며 "출처 불명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면 이것은 국민께서 다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린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제가 생각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입당 고려를 시인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과거에 탄핵도 겪었고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점도 많으셨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지성과 상식으로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동의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친문을 뺀 모든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는 식의 야권 통합도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다르더라도 정권 교체로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을 같이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의 호위를 받고 있는 이 정권은 막강하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더 강해지고 그래야만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통합 구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오랜 정치·사회 경험을 지닌 원로들을 만나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좀 듣고 배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께 혼선을 주고 불안감을 갖게는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밖에 구체적인 입당 계획이나 시점, 이후 대선 경선 참여 여부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답을 피했다.
검찰총장의 대권 직행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논란에는 '국민의 지지'를 강조하며 해명했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최고지휘자인 검찰총장 출신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이란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절대적 원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일반적으로 관행상 하지 않아왔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과거 제가 성남지청 검사로 근무할 때 법정에서 변호사로 자주 뵀다"며 "굉장히 열심히 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다만 정책 등 인물 평가에는 난처해하며 "앞으로 그런 말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야권의 또 다른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제가 검찰총장에 취임했을 때 감사원장 예방을 가서 뵌 게 딱 한 번 있다"며 "자상하게 손수 커피를 갈아서 타주시던 것이 기억난다. 법관으로서 온화하고 기품 있는 분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인격적으로 참 훌륭한 분이라 생각하고 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도 내놨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세도 있고 여자분인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국민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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