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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보다 논란 릴레이에 주목…역대 가장 초라한 개회식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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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21일 개회식이 예정된 일본 도쿄의 올림픽 스타디움 상공에서 시범 곡예비행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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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본 도쿄 현지에서도 개회식에 대한 기대감보단 ‘과연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회 관계자들이 개막 전부터 마약, 성폭행, 학교폭력 등에 연루돼 논란이 커지는가 하면, 선수촌 앞에선 욱일기를 든 극우 단체들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선수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에 폭염 고통은 덤이다. 각국 정상들도 줄줄이 개회식 참석 뜻을 접었다. 역대 가장 초라한 올림픽 개회식이 예고된 셈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도쿄올림픽 개회식은 23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감동으로 하나가 된다(United by Emotion)”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감동보다 걱정이 앞서고, 하나가 되기보단 뿔뿔이 흩어져야 할 개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회식 주인공이 될 ‘성화(聖火) 릴레이’ 마지막 주자에 관심이 쏠릴 때지만,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현실은 차라리 ‘성화(成火) 릴레이’에 가깝다.

개막 전부터 ‘스캔들 올림픽’ 오명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이 지난 2월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며 여성 무시 발언을 했다가 사퇴하는 등 준비 과정부터 말이 많았던 이번 대회는 개막이 임박해서도 새로운 사건·사고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올림픽 스태프가 일본 국립경기장에서 여성 스태프를 성폭행해 체포된 데 이어 최근엔 영국과 미국인을 포함한 4명의 전기 기술 스태프가 금지 약물인 코카인을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개막을 나흘 앞둔 19일엔 과거 장애인 친구를 학대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던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회식 음악 연출자 오야마다 케이고(小山田 圭吾)가 결국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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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19일 개회식이 예정된 일본 도쿄의 올림픽 스타디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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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올림픽을 이용해 교묘한 정치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으면서, 주변국들의 심기를 건드린다. 조직위원회는 홈페이지에 독도를 마치 일본 땅인 것처럼 표시한 뒤 한국 정부의 항의에도 “문제 될 게 없다”며 뻔뻔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 극우단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선수촌 앞에서 욱일기를 흔들며 한국 선수단을 자극하고 있다. 조직위는 수수방관하고, 일본 경찰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으며 개막 전부터 스스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첫 기권자 발생, 폭염도 현실로


개막 전부터 선수 및 대회관계자 수십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선수촌 안팎은 물론 개회식장과 대회장에서의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세계태권도연맹(WT)에 따르면 태권도 종목에 참가하기 위해 도쿄에 온 칠레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기권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첫 기권 사례다.

WT와 칠레올림픽위원회는 선수 이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칠레의 유일한 태권도 선수인 페르난다 아기레(24)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수촌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선수들을 비롯해 다수의 관계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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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 본진이 도쿄로 입성하는 19일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촌 앞에서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이 욱일기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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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방해하고 있다. 일단 개회식이 열릴 23일엔 도쿄 낮 최고기온은 30도, 최저기온은 23도가 예고됐다. 대회 기간에도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림픽 역대 최악의 폭염이 있을 것”이라는 미국 CNN 등 외신의 걱정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각국 정상 ‘도쿄 패싱’…썰렁한 개회식 성화 최종주자는


개회식도 역대 가장 썰렁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방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정상급 인사는 차기 하계올림픽 개최국 수장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그리고 몽골의 오윤엘덴 총리 정도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질 바이든 여사가 대리 참석한다. 이 대회 직전 열린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불참한다.

이 와중에 최종 성화 주자 정도가 관심사로 꼽힌다. 개회식 직전까지 극비에 부쳐지는 가운데 올림픽 금메달을 3개씩 보유하고 있는 일본 여자 레슬링 요시다 사오리(吉田沙保里), 유도 간판 출신 노무라 다다히로(野村 忠宏) 등이 거론된다. 동일본 대지진 참상 극복 등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깜짝 인물의 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도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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