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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백신예약 '먹통 사태'…네이버·카카오 잔여백신 때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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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차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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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시스템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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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잔여백신 예약시스템으로 찬사를 받았던 방역당국이 백신 사전예약 '먹통' 논란에 체면을 구겼다. 민간과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뤄졌던 당시와 달리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IT(정보기술) 분야 이해 부족이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은 이날까지 4차례 먹통 사태를 일으켰다. 지난 12일과 14일 만 55~59세 사전예약 두 차례, 19일 53~54세 접종 예약, 20일 50~54세 대상 등이다.

정부는 클라우드 서버 증설을 비롯해 접종 대상자 연령을 세분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재발을 막지 못했다. 잇단 먹통으로 국민 불편이 가중되는 가운데 '백도어'(뒷문) 예약 논란과 초보적인 코드 오류 사태가 더해지면서 사달이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백신 예약시스템 마비 사태와 관련해 "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고 강하게 관련 부처를 질책하고 범정부적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드러난 네이버·카카오 빈자리…"정부 안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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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 앱의 잔여 백신 접종 시스템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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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정부의 백신 예약 시스템은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잔여백신 실시간 예약 시스템은 백신 불안감을 해소했고, 접종률을 높일 '게임체인저'(Game Changer)로 자리매김했다. 매크로 프로그램 꼼수 논란도 있었지만, 큰 불편 없이 잔여백신 예약이 진행됐다.

그런데 정작 본게임에 해당하는 50대 백신 사전예약 단계에선 커다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잔여백신 예약 때와 비교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빈자리가 느껴진다"는 말도 나온다.

상황이 정반대로 달라진 데에는 두 예약 시스템의 차이 탓 크다. 잔여백신의 경우 사실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짧은 시간에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한 예약 서비스가 순조롭게 제공됐다. 백신 사전예약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사전예약 사이트가 초보적인 수준에서 허술하게 짜여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코드를 보고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정부가 제공하는 대국민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실수라는 것이다.

질병청의 컴퓨터 서버는 불과 30만명만 동시 접속이 가능한 수준이다. 전날 서버 개통 뒤 발생한 접속 요청 건수는 수용 능력의 30배 이상인 약 1000만명에 달했다. 방역당국이 서버 증설 등을 추진 중이지만 시스템이 완비되기 까지는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시스템 관리를 SI(시스템통합) 업체 등 민간에 맡기는 방안에 대한 질문에 "예방접종시스템은 보안시설이어서 민간인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우며 공무원 또는 정부 위탁을 받은 업체만 접근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민간과 협력? 기술적 문제 없어…"정부의 의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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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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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 등을 위한 보안의 필요성을 고려해도 서버 수요를 예상 못 한 건 정부의 패착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보안 업계 전문가는 "이 정도 규모의 사이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개발자가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접수하더라도 예약 관련 정보의 신속한 동기화가 가능한지 등의 이슈가 있다"며 "민간에서 예약을 받더라도 서버 접속 부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고 했다.

업계에선 그러나 네이버·카카오는 물론 대형 SI(시스템통합) 업체 등이 역할을 분담한다면 백신 예약 먹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정부는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민간과 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준균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 KT 등 클라우드 시스템이 잘 돼 있는 기업들은 용량을 증설하거나 줄이는 것이 자유로워서 지금이라도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기술적 문제보다도 정부의 협업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IT 분야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았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사태가 커진 거 같다"고 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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