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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19 확진’ 청해부대원들이 밝힌 문무대왕함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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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기자단, 부대원 7명 인터뷰

“조리병부터 감염…‘지옥 같았다’ 언론보도는 과장”


한겨레

20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의 장병 중 음압 이송 카트(빨간 원) 등 중증 환자들이 먼저 수송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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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의 90%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20일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문무대왕함·4400t급) 부대원들이 23일 언론에 문무대왕함호에서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생한 증언을 전해왔다.

국방부가 주선해 이날 오후 국방부공동취재단이 청해부대원 7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려진 대로 지난 2일 조리병들부터 아프기 시작했고 모두 감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감기 환자가 급속히 늘자 신속항체검사키트로 검사를 했고, 전원 음성 판정이 나오면서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의심을 접었다는 내용이다. 조리병 증상 발현을 근거로 이들은 식재료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고열 등으로 힘들었지만 함정 내부 분위기가 ‘지옥’ 같지는 않았으며,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 대응을 둘러싼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는 분위기였다. 폐렴 증상으로 피가래를 토한 부대원도 있었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답변과, “과장되긴 했지만 가래에 피가 섞여나온 간부가 1명 있었다”는 답변이 존재했다. 앞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익명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과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가 퍼진 문무대왕함은 “지옥”이었으며 “피가래”가 나오는 데도 병사들은 ‘타이레놀만 먹으며 버텼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함정 내 환자가 속출해 기항하려고 했으나, 현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있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부됐다고 했다. 34진이 귀국하기 전날까지 문무대왕함이 닷새가량 해상에 떠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조리병들이 집단 발병해 34진이 이틀 동안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부대원들은 개인 의사에 따라 자발적으로 신청을 했다고 국방부 쪽은 밝혔다.

조리병부터 시작된 증상


34진에서 지난 2일 처음 감기 증세를 보인 건 조리병 ㄱ씨였다. 그는 아프리카 현지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현재는 코로나 감염 전과 상태가 비슷할 정도로 양호하다고 말했다. 초반에 열이 37.2도였다는 그는 “식은 땀이 나고 인후통, 오한” 등 증세가 이어지다가 이틀 뒤에는 “몸을 잘 못 가누고 설사, 구토가 동반돼 그때는 아예 (의무실에) 격리”됐다고 했다.

초기 대응 적절했나


청해부대 34진 간부 ㄴ씨는 감기 증상자가 늘어나자 키트 검사를 했는데 “모두 음성이 떠버리면서 코로나 확률은 낮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ㄱ씨도 “(간이검사에서) 다 음성이 나와서 모두 감기라고만 생각했다”며 “코로나가 아니라고 생각해 (실제 진단검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속항체키트 검사는 이미 감기 증상자가 100명에 달해서야 실시됐다. 그러나 항체검사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에 앞서 아픈 장병들이 해열제 등을 복용해 상태가 호전되면 근무에 복귀했다. ㄴ씨는 처음 증상을 보였던 조리병들의 경우 “1주일 정도 뒤 증상이 나아져서 다시 요리하다가 전수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타이레놀만 먹고 버텨라?


ㄱ씨는 2일 의무실에서 “소염 진통제, 진해거담제, 물약 등(을 받고) 주사를 놔”줬다고 했고, ㄴ씨는 “감기약 위주로 가글 같은 (거담제) 1병을 받고 근육 주사를 맞았다”고 말했다. 34진 간부 ㄷ씨는 “타이레놀만 먹었다”고 했으나 “의료약 다 썼고 에이전트(현지 대행업체) 통해서 물건을 받았는데 수액 세트와 타이레놀 5천정을 받았다. 처음부터 ‘타이레놀 주고 버텨라’ 그런 건 아니었다”고 했다. 간부 ㄹ씨는 “많은 분들이 침실 내에서도 수액을 맞”았다고 전했다.

피를 토하는 부대원도 있었나?


ㄱ씨는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었고 침 뱉는 거 봤는데 평소 기침 많이 할 때 (피가) 묻어나오는 느낌 정도”였다며 “피가 쏟아져 나온 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ㄴ씨는 “중증 중 간부 1명이 심한 증세 앓다가 침실에서 자면서 신음을 호소”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옆에 있던 분이 깨워서 피 섞인 가래가 나왔고 자는 시간이라 다음 날 아침에 격리”했고 “단정을 내려서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반면 배에서 순찰을 돌고 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는 간부 ㄷ씨는 “피를 토하고 살려달라는 대원 없었다”고 했다.

방역조처 적절했나?


ㄷ씨는 “처음에는 항해 중에는 마스크 착용 안 했다가 정박했을 때는 100% 착용했다”고 전했다. 정박했을 때는 일주일간 마스크 100% 착용했고 일주일 지나서는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ㄷ씨는 첫 감기 증상 환자가 발생한 2일 이후엔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전했다. 간부 ㄴ씨는 “감기증상자들은 수면 시에도 마스크 착용”했고 “손 씻기 등 방역조치 실시”했다고 말했다.

부대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처음에는 유증상자를 의무실에 격리하다가 본격적으로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격리하기 시작한 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6명에 대한 확진 판정을 받은 15일이었다. 격리는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침실을 구분하고 식사는 비확진자들이 먼저 먹고 나중에 확진자들이 먹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부터는 “비확진자들은 화생방 구역으로 완전히 격리 시켜서 못 나오게” 하는 형식이 됐다. 현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장병들이 나올 때는 방호복을 착용시켰다고 한다.

식자재에서 감염?


ㄱ씨는 “방역하시는 분은 (방호복을) 입고, 우린(조리병) 장갑을 끼고 마스크는 착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육상에서 (식자재를) 가져오는 게 위험하다고 해서 장갑을 착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6월 말 군수물자 적재는 코로나 때문에 현지인 접촉 없이 크레인으로 했다”며 “방역 담당이 방역 실시하고 승조원들이 조리직 관리하는 냉동 창고로 이동해서 정리하는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간부 ㄷ씨는 “그전에 부식작업 했을 때는 크레인으로 해서 배로 집어넣고 방역하고 했는데 이번에 아프리카는 사정 여의치 않았다. 크레인 없고 육상에 방역복 착용한 상태로 나가 몇몇 대원이 물건을 가서 릴레이식으로 가져왔다”고 했다. 앞서 합참 쪽은 부식은 컨테이너로 실어 외부 접촉이 없고 외부에서 물을 실을 때 10여명이 나가서 호스 연결 등을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와 별개로 복수의 부대원은 당시 부식을 담은 박스가 훼손되거나 녹고 식자재도 평소보다 지저분해 보였다고 말했다.

초반에 감기 증세를 보인 게 조리병 4명이었기 때문이 이들은 부식 재료를 재포장하는 등의 과정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리병 ㅁ씨도 “외부인 접촉 가능성은 낮고 식자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부식 포장 상태가 부실했으며 냉동 포장은 소독을 하고 들여왔지만 나머지 과일류 등은 그대로 들어왔다고 했다.

“언론보도 과장됐다” 한목소리 주장


이번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건 부대원들이 입을 모아 청해부대 집단감염을 둘러싼 보도가 과장됐다고 한 점이다. ㄱ씨는 “당시 배 안에서 지옥 같았다는 부정적 기사 보고 너무 마음 안 좋았다”고, ㄴ씨는 “비판적 기사 쏟아져 나오는데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 비난 위한 내용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간부 ㄷ씨도 “모든 사람들이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서 이 인터뷰가 맞나, 우리 대원들이 한 게 맞나 참담하고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번 인터뷰의 질문과 답변 내용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해부대 34진 감염자가 300명에 가깝기 때문에 이날 인터뷰에 응한 7명의 증언을 통해 모든 확진자들의 상태를 가늠할 수 없는 한계는 존재한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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