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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진속 조민, 90% 맞다" 친구의 어정쩡한 증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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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ON]조국 부부 2라운드 ⑬

중앙일보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붉은 원 안의 여성이 정 교수측이 주장하는 조민씨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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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3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정경심 교수 1심 재판 中





변호인=사진 속 여학생이 조민과 동일인물이 맞습니까.

증인=맞습니다.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 21-1부(부장 마성영ㆍ김상연ㆍ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59)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다”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

조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단국대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도한 장모 교수의 아들 장모 씨의 진술입니다. 조씨와 고등학교 3년동안 한 반으로 지낸 장씨는 그간 검찰 조사와 정 교수의 1심 법정 증인 신문에서는 동영상 속 여성에 대해 “조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해 왔는데, 이 날 법정에서 그 진술을 뒤집은 겁니다. 장씨가 조 전 장관 법정에서 “세미나 영상 속 여성은 조민이다”고 증언한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조민 맞다”→“기억에 없다”→“90% 맞다”



5시간 가까이 진행된 장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증인 신문 동안, 장씨의 답변은 다소 오락가락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장씨가 “사진 속 여성이 조민과 동일인물”이라고 답하자 검찰은 “저 여학생이 조민이라는 기억이 증인 기억에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장씨는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다소 바뀐 장씨 대답에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바로 반박했습니다. “조민이 현장에 있었는 지에 대한 기억과 판단을 빼고 이 사진 여성이 조민이 맞느냐고 했을 때 조민이맞다고 했죠?”라고요. 장씨는 “솔직히 말해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을 피했습니다. 방청석에서는 “아까는 맞다며?”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김 변호사는 “사진만 봤을 때 맞습니까”라고 재차 묻습니다. 장씨는 “조민이 90%로 맞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는데”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장씨 판단에 사진 속 여성은 조민이었다는 걸까요 아니었다는 걸까요. 재판부도 한차례 다시 물었습니다. 재판장은 “아까는 90% 조민이라고 했다, 검찰 조사시 사진을 보여줬을 때는 조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장씨는 “생각은 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생각은 했다”는 장씨의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질문자에 따라 장씨의 답변이 오락가락하는 중에 유지원 변호사(LKB)는 장씨가 자신의 SNS에 쓴 글을 제시했습니다.

장씨는 조씨가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뒤 조씨의 합격을 축하하는 글을 썼습니다. 글에는 “우리집이 너네 가족 때문에 힘들었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이후에는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 변호사는 “추측이지만,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은 검찰 조사시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인 것을 알았지만, 당시 여러 상황 때문에 조민이라고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회한으로 보이는데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장씨는 “맞습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증인의 검찰 조사 기록을 제시했습니다. 조사 당시 장씨는 “조민이 아니다, 민이가 왔다면 제 옆에 앉았을 텐데, 민이는 이날 안 왔다”라고 진술했다는 겁니다. 계속되는 공방에 재판부는 “이제 그만하자”며 장씨를 일으켜 세워 방청석을 한 번 보게 한 뒤 증인신문을 마쳤습니다.



다른 친구도 비슷한 증언



장씨 증인신문에 앞서 오전에 진행된 조씨 친구 박모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습니다. “사진 속 여성은 조민인데, 조민이 세미나에 온 기억은 없다”는 증언입니다. 박씨 아버지와 조 전 장관은 절친한 사이로 가족끼리 교류가 잦았습니다. 그 인연으로 박씨는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변호인은 박씨에게 세미나 속 여성 사진을 제시하며 “조민이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박씨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박씨는 “검찰 조사 때도 동영상을 봤을 처음에는 ‘조민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검사가 제시하는 여러 증거를 보니 ‘조민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자신이 조민을 그 날 봤다면 확실하게 “조민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기억에는 세미나장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어서 조민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는 취지입니다.



2년 사이 바뀐 두 증인의 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확인서는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이 확인서가 허위이고,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공모해서 허위 인턴확인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조씨가 인턴활동을 위한 세미나에 온 것이 아니라 뒤풀이에 참석했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직접 증인에게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박씨에게 “아들같이 생각했다”며 “세미나 당일 나와 함께 저녁을 먹지 않았느냐”라고 박씨의 기억을 상기시키려 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증인의 답을 강제한다”며 반발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박씨에게 “제 친구의 아들이기도 해서 존댓말이 아닌 평어체로 쉽게 질문하고 싶다”며 “검찰 조사도 받고, 부모님도 여러모로 걱정을 많이 하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박씨에게 말을 건네고 직접 질문도 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불필요한 말로 증인을 회유하려 한다”거나 “증인에게 자신의 기억을 주입해 기억을 오염시킨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박씨와 장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정 교수 1심 재판에 나와 증언한 것은 2019년 9월과 2020년 5월 쯤의 일입니다. 불과 1~2년 사이 박씨와 장씨는 왜 “세미나 속 여성은 조민이다”라며 기존의 진술과 다른 진술을 했을까요. 변호인의 시각처럼 ‘과거 쏟아지는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때문에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 법정에 와서야 제대로 진술하는 것’일까요. 반면 검찰의 시각처럼 ‘기억이 오염된 것’일까요. 바뀐 증인들의 말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중앙일보 [法ON]에서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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