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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리뷰] 진정한 Z세대는 '맵'을 만들Z…'메타버스' 개발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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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보니 12시…가상세계에 빠졌다

게임보다 먼, 공부에 더 가까운 '맵 만들기'

뉴스1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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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미국의 로블록스와 한국의 제페토. 업계가 주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두 플랫폼이 이용자들에게 지원하는 한 가지 공통된 기능이 있었으니, 바로 '맵' 만들기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직접 '맵'(게임)을 만들 수 있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제페토도 이용자가 직접 '맵'(가상공간)을 제작할 수 있는 '제페토 빌드잇'을 제공한다. 즉, 직접 메타버스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간 메타버스 관련 기사를 작성하며 로블록스와 제페토를 모두 경험했다. 로블록스 인기 게임을 밤새 즐겼고, 제페토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접속한 이용자와 친구가 됐다. 그런데 정작 메타버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맵 만들기'는 외면했으니, 이는 메타버스에 발만 올려놓고 "버스 탔어요!"라 소리치는 반쪽짜리 경험인 셈이다.

로블록스에 등록된 게임은 모두 이용자가 만든 게임이다. 제페토엔 매일 100개가 넘는 새로운 신규 가상 세계가 쏟아진다고 한다. 진정한 Z세대는 '맵'을 만들고 논다. 자신의 '놀이터'를 자신이 직접 만드는 것. Z세대가 되고 싶은 M세대가 직접 맵 만들기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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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맵 만들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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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원 공간에서 길을 잃다


제페토의 맵 개발 프로그램을 켜고 마주한 건, 1000여개에 가까운 '아이템'들이었다. 땅·물·도로부터 시작해 가구·음식·애완동물까지 세상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마련돼 있었다. 축구장 같은 땅 위에 아이템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나만의 가상 세계를 건설하는 방식인 셈. 일견 학창 시절 경험한 '마을 만들기' 게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이건 오산이었다.

건물 아이템을 클릭하자 나타나는 X·Y·Z축. 그리고 그 옆의 소수점 숫자들. 대학수학능력평가 수리영역 30번 문제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건물을 클릭해 땅 위에 올리면 자석처럼 '착' 달라붙는 2D 방식이 아니었다. 건물의 위치·각도·크기를 소수점 단위로 설정해야 하는 3D 세상이었다. 심지어 건물의 '중력'과 '질량'까지 설정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이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게 된다.

Z세대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한참의 고민 끝에 Z세대들은 모든 검색을 유튜브로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곧바로 유튜브로 달려가 제페토 맵 만드는 방법을 검색하니 '간단한 조작법'부터 '꿀팁'까지 갖가지 영상이 나타났다. 그 영상을 보고 몇몇 조작법을 터득한 끝에 비로소 첫 건물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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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맵 만들기'에 실패한 장면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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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보니 12시…가상세계에 빠지다.


그렇게 본격 시작된 맵 만들기. 제페토가 제공하는 '템플릿'(양식)을 이용키로 했다. 템플릿을 이용하면 기본적인 건물·도로가 세워진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덧붙일 수 있다. Z세대가 알면 비웃겠지만, M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먼저 공원 중앙에 대형 무대를 설치하고, 관객석을 깔았다. 최근 가상세계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설계였다. 무대 양옆으로는 SF 영화에서 나올 법한 건축물을 설치하고 '아기 로봇' '우주선' '홀로그램 인형'을 배치시켰다. 미래 느낌을 내기 위해서다.

끝으로 사람들이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연못에 비단잉어도 풀고,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는 돌고래도 한 마리 풀어놓았다. 개발자가 숨겨놓은 '비밀 코드'랄까.

장차 8시간에 가까운 작업 끝에 탄생한 '뉴스1의 미래 공원'. 인기 맵들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지만, 처음 만든 것치고는 그럴듯한 하나의 가상 세계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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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맵 만들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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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보다 먼, 공부에 더 가까운

그간 로블록스와 제페토에서 '맵'을 만들고 논다는 Z세대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 즐길거리가 넘쳐나는데, 굳이 새로운 맵을 만든다는 건 '사서 고생'처럼 느껴졌기 때문. 그런데 직접 맵을 만들어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맵 만들기 자체가 하나의 '게임'이 아닐까? Z세대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맵에 친구를 초대한다. 그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술래잡기를 한다. 즉, 맵 만들기는 어린 아이들이 직접 친구들을 초대할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드는 일인 셈이다. 쾌감이나 스릴은 느낄 수 없겠지만, 아이들에게 놀이터 만들기는 분명 가슴 설레는 '게임'이다.

어쩌면 맵 만들기는 아이들에게 권유할 법한 '공부같은 게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축구장처럼 넓은 땅 위에 도로와 건물을 짓고, 건물 속에 주방·거실·화장실까지 설계하는 일은 여느 '건축가'의 일이었다.

단순 건축만 하면 안 된다. 그 속에 각종 놀이 요소를 숨겨 놓아야 한다. 술래잡기 할 곳을 만든다거나, 포토 스팟을 마련해 두는 것. 이는 '개발자'의 영역이다.

혹시 미래의 내 아이들이 휴대폰을 붙잡고 가상세계를 건설하고 있다면, 휴대폰을 뺏기보다 충전기를 꽂아주리라 다짐했다. 물론 결혼조차 '미래'의 이야기겠지만.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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