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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치킨이 '스테이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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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bhc, 아웃백 인수 '눈앞' 종합외식업체 도약…'상장'위한 행보 [비즈니스워치] 정재웅 기자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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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의 흥망성쇠

치킨이 스테이크를 먹을 순 없죠. 만일 먹는다면 둘 다 먹어야죠. 고기는 진리니까요. 이번 주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bhc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이미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bhc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습니다. 아직 최종 계약은 하지 않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큰 변수가 없다면 bhc는 아웃백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치킨이 스테이크를 먹게 됩니다.

사실 아웃백이 매물로 나온 지는 좀 됐습니다. 이미 2019년부터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돼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아웃백은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입니다. 1990년대 초에 국내에는 패밀리 레스토랑 붐이 불었죠. 그중에서도 아웃백은 꽤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소개팅을 아웃백에서 한다고 하면 "와~돈 좀 있네"라는 소리를 듣곤 했었습니다. 전 한 번도 아웃백에서 소개팅을 해 본 일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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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은 1997년 미국 블루밍브랜즈 인터내셔널이 국내에 선보인 스테이크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입니다. 아웃백은 국내 진출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국내에 스테이크 전문점이 귀했거든요. 영화에서나 봤던 두툼한 고기의 스테이크가 떡 하니 내 눈앞에 등장하니 난리가 날 수밖에요. 그 덕에 아웃백은 쑥쑥 성장합니다. 한창때는 매장수가 110개에,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한식 전문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들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아웃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아웃백은 지난 2016년 국내 사모펀드(PEF)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에 팔렸죠. 한때 평가액이 3000억원에 달했던 아웃백의 매각 가격은 572억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가치가 폭락한 겁니다.

'확 바뀐' 아웃백, 기업가치 '쑥쑥'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한 이후 아웃백은 대대적인 변신을 합니다.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이미지를 빼고 본업인 '스테이크'에 집중토록 합니다. 메뉴도 프리미엄급 스테이크를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점포 전반의 전산망은 물론 각 매장별 재료 공급망 등도 개선했죠. 셰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각 매장별 맛의 편차를 최대한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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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억원.


이런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요. 아웃백은 매년 호실적을 거둡니다. 2016년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할 당시 아웃백의 영업이익은 2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쑥쑥 성장해 작년에는 23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년 매출액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죠.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여타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을 때도 아웃백은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선도적으로 딜리버리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적중했습니다.

스카이레이크의 아웃백 체질 개선 작업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인수 5년 정도면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을 고민합니다. 올해가 스카이레이크가 아웃백을 인수한지 딱 5년째군요. 스카이레이크는 아웃백의 체질을 확 바꿔 매력적인 매물로 변신시켰습니다. 현재 아웃백의 매각가는 최대 2800억원까지 거론됩니다. 스카이레이크는 인수 5년 만에 매각 차익만 2000억원 이상을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치킨 2위' bhc의 계속된 확장

bhc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2위입니다. 원래는 BBQ의 계열사였습니다. 그러다 BBQ 가 bhc를 사모펀드인 더로하틴그룹(The Rohathyn Group·TRG)에 2013년 매각합니다. 이때 BBQ에서 bhc의 매각을 담당했던 인물이 바로 현재 bhc 회장인 박현종 회장입니다. 이후 박 회장은 bhc로 자리를 옮겨 bhc의 경영을 맡습니다. 이때부터 BBQ와 bhc의 갈등이 시작돼 지금까지 소송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bhc를 성장시킵니다. 2019년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bhc를 매출액 기준 교촌에 이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2위 업체로 이끌었습니다. 박 회장은 bhc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바탕으로 2018년 TRG로부터 자신이 경영하던 bhc를 인수합니다. 당시 박 회장은 MBK파트너스 등을 딜에 참여시켰습니다. MBK는 현재 bhc그룹의 지주사격인 글로벌레스토랑그룹(GRG)에 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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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종 bhc그룹 회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bhc는 TRG시절부터 치킨 이외의 사업으로 확장을 모색해왔습니다.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 인수를 시작으로 쇠고기 전문점 '불소식당·그램그램'과 순댓국 전문점 '큰맘할매순대국' 등을 인수하며 한식 라인업을 완성했습니다. 치킨에 이어 한식까지 두루 섭렵한 셈입니다. 여기에 스테이크 전문 브랜드인 아웃백까지 인수하게 되면 종합 외식 기업을 꿈꾸고 있는 bhc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셈입니다.

아웃백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장수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가 각인돼있죠. 여기에 실적도 좋습니다. bhc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브랜드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이미 쇠고기 전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아웃백과 물류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매장 배치와 메뉴 개발 등에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IPO'?

아웃백을 인수하게 되면 GRG는 매출액 1조원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bhc의 기업가치는 더욱 커질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bhc그룹의 지주사에는 사모펀드인 MBK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bhc 입장에서는 MBK의 엑시트를 고려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공개(IPO)입니다. bhc의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IPO시 확보할 수 있는 자금도 더 많아지겠죠.

업계에서는 bhc의 아웃백 인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IPO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웃백 인수를 통해 외형은 물론 내실도 다질 수 있어서입니다. 외형과 내실이 모두 성장한다면 bhc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bhc의 주력인 치킨 시장은 현재 정체된 상태입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다양한 업체들이 뛰어들었고 경쟁도 치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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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그룹이 보유 중인 브랜드 / 사진=bhc그룹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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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로서는 치킨 이외의 다른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된 거죠. 치킨 사업은 현 상황을 유지하고 아웃백을 중심으로 여타 브랜드들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성장시킨다면 한식과 양식을 아우르는 종합 외식 프랜차이즈로의 도약이 가능해집니다. 이것이 박 회장과 bhc가 그려둔 큰 그림입니다. 아웃백 인수 하나로 bhc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는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웃백 매각이 파는 쪽도 사는 쪽도 모두 '윈윈'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스카이레이크는 성공적인 엑시트를, bhc는 더 높은 곳으로의 도약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니 치킨이 스테이크를 먹었다는 제목을 바꿔야겠네요. 이젠 "치킨도 스테이크도 다 먹을 수 있다"고 말이죠. 앞으론 아웃백에서 치킨 스테이크 메뉴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bhc가 아웃백을 어떻게 키워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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