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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동영상女는 조민” 동창생 진술, 조국 재판 ‘의심의 씨앗’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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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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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이 90%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기억은 없습니다”

지난 23일 조국(56)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59)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 한영외고 동창생 장모씨가 2009년 5월 15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대회(세미나) 동영상 속 여성에 대해 한 증언이다.

장씨는 이같은 재판 증언을 한 지 사흘 뒤인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미나 비디오에 찍힌 안경 쓴 여학생의 정체는 조민씨가 맞습니다” “조민씨는 사형제도 세미나에 분명 참석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너희들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봤다 라는) 제 보복심에 기반을 둔 억측이 진실을 가렸습니다”라고 적었다. 법정 증언보다 더 명확하게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이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다.

장씨가 지난해 5월 정 교수 1심 재판 증언과 다른 진술을 함에 따라 ‘동영상 속 여성’의 정체가 조국 전 장관 부부 재판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 정 교수 1심과 달라진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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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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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조 전 장관의 딸 조씨와는 한영외고 재학 중 3년 내내 한 반이었다. 장씨 아버지는 조씨에게 단국대 의대 연구소의 체험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조씨가 의학 논문의 제1 저자로 등재되도록 도와준 교수다.

문제의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에는 뿔테 안경을 쓴 '섀기 커트' 헤어스타일의 여학생이 등장한다. 조 전 장관 부부는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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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측이 주장하는 조민과 장씨의 세미나 모습 [정경심 교수 1심 판결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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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의 영상 캡쳐 사진도 있다. 조 전 장관 측이 딸로 지목한 여성 옆에 까치 머리를 한 남학생이 앉은 사진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이 남학생을 ‘장씨’라고 지목했다.

지난해 5월 정 교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는 ①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 없고 ②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이 아니며 ③ 여성 옆 남성도 본인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1년여 만에 조 전 장관 부부 증언대에 앉은 장씨의 증언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지난 23일 재판에서 장씨는 ①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 없고 ② 동영상 속 여성은 90% 조민이며여성 옆 남성이 본인인지 모르겠다고 증언했다.

장씨의 증언 중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기억이 없다’는 본인이 겪은 경험 외에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이 일부 바뀐 것이다. 복수의 법조인은 장씨의 증언 변경을 두고 “동영상 속 여성에 대한 판단은 사실이 아닌 의견을 말한 것으로 위증죄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핵심 사실에 대한 증언은 바꾸지 않아 위증죄의 위험은 피하되, 과거 "조민이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자기 생각을 다소 변경해 말한 셈이다.

앞서 정 교수 1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동영상 속 여성 모습과 변호인 측이 낸 조씨 사진을 분석해 ‘판정 불가’ 결론을 밝혔다. 국과수는 “두 인물의 얼굴 특징점이 유사하고, 왼손으로 필기하는 점, 필기구를 쥔 왼손 모양이 비슷해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비교 사진의 해상도가 인물의 특징점을 구분하기에 충분하지 않고 한계가 있어 판정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세미나女 조민 맞더라도’ 조국이 넘어야 할 산



만약 동영상 속 여성이 조씨라고 한다면, 조 전 장관 재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조 전 장관 입장에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허위공문서작성죄 공모를 인정했다. 조 전 장관 부부가 딸이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턴 활동을 했다는 한인섭 센터장 명의의 확인서를 센터 직원의 도움으로 발급했다는 것이다.

즉 이 부분 유·무죄를 따지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 쟁점은 ‘인턴십 확인서가 허위냐’ ‘세미나에 조씨가 왔었느냐’는 아니라는 말이다. 조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는 인턴십 확인서의 허위성을 판단하는 단서 중 하나일 뿐 세미나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했다고 해서 ‘15일 간의 인턴 확인서’가 사실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이 확인서를 받은 장씨도, 조 전 장관 측도 15일간 인턴 활동을 한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다만 조 전 장관측은 정 교수 항소심에서 “15일의 인턴 기간은 당시 세미나를 담당한 교수의 재량으로 2008년부터 딸의 인권 동아리 활동을 지도한 것을 고려해 재량으로 발급한 것”이라는 주장을 새롭게 폈다. 조 전 장관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조 전 장관 측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1년 전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서울대 인턴확인서를 받을 수 있는지 ▶조 전 장관이 한 센터장을 대신해 확인서 발급 권한이 있는 건지에 대해 재판부를 납득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조국 지시로 2008년 조씨 등이 인권 관련 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이는 2009년 서울대 세미나의 공식적인 프로그램 일환이 아닌 동아리 활동에 불과하고, 이를 공식 인턴으로 인정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 조사 신빙성 문제 삼는 조국 측



조 전 장관 측은 재판에서 장씨의 검찰 조사 시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장씨가 지난해 1심 증언 전 따로 검사를 만난 적은 없었는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을 당한 적은 없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지속해서 제기한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장씨가 3번째 검찰 조사를 받던 날 검찰 청사에 도착한 시각과 실제 조서 작성이 이뤄진 조사 시작 시각이 3시간 이상 차이가 나는데 어떤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SNS를 통해 공론화하기도 했다. 다만 장씨는 페이스북에서 “검사의 압박이나 회유는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조서 작성이 이뤄지지 않은 3시간은 점심시간이 포함된 시간이고, 당시 변호인 측이 ‘세미나 동영상’을 새롭게 제시해 장씨와 함께 세미나 동영상을 돌려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은 정 교수 1심 재판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불려간 입장에서 검찰과의 ‘면담’이 가능한지 실질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요즘 판결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조 전 장관 측에서는 이런 문제 제기가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어떻게 판단돼 증거능력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의심의 씨앗을 뿌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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