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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기만성형 펜서' 김정환의 화려한 금빛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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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올림픽서 4개 메달... 마지막 메달 금빛으로 장식

한국일보

김정환(오른쪽 두 번째)이 구본길(왼쪽부터), 오상욱, 김준호와 함께 2020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피스트에서 태극기를 들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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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형 펜서’ 김정환(38·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자신의 두 번째 금메달이자 네 번째 올림픽 메달(금2, 동2)로, 한국 펜싱 사상 최다 메달리스트로도 이름을 올렸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김정환은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7·화성시청)와 함께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45-26으로 완승을 거두는 데 앞장섰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유일하게 동메달을 따 자존심을 지킨 그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어벤저스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다짐을 지키며 동생들과 함께 나선 단체전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정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매 경기 쉽지 않았다. 온몸이 매를 맞은 것같이 아프고 지쳤다"면서 "아직도 정신이 없는데,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내일 하루 종일 푹 자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나야 금메달을 실감할 것 같다"고 웃었다.

김정환은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2016 리우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땄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까지 모두 4개의 올림픽 메달을 건 유일한 대한민국 펜서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김정환은 "올림픽 전엔 막연히 '색깔에 상관없이 올림픽 메달 3개만 갖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4개나 갖게 됐다"면서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같이 소박하게 목표를 정한 덕분에 도끼 하나를 더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록은 저 혼자 이룬 게 아니다. 훌륭한 지도자와 동료들까지 인복이 많았기에 가능했다"고 몸을 낮췄다.

올림픽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는 바람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올림픽을 준비했는데 (연기돼) 자신감도 떨어지고 힘들었다. 대표팀 컴백을 후회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올해로 38세인 김정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그는 "다음 파리올림픽에선 후배들이 이번 경험을 토대로 저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환은 체력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30대부터 오히려 기량이 만개한 ‘대기만성형’으로 꼽힌다. 2004년 국가대표에 합류했지만 이후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진 못했다. 그러다 29세였던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아시아 펜싱 최초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만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3~14시즌 그랑프리와 월드컵에서 5개의 메달(금2 은2 동1)을 안으며 단숨에 세계랭킹 2위에 올랐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 은메달에 이어 2016년 리우올림픽 개인전 동메달로 생애 첫 세계 1위에 올랐다.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단체전 로테이션' 원칙에 따라 리우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진 것이 아쉬웠다.

이후에도 2018년 세계선수권 개인전ㆍ단체전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등 올림픽 직전까지 승승장구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펜싱 전 세부종목이 개인전에서 부진했지만 김정환 홀로 동메달을 신고하며 단체전에서의 희망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대회 연속(런던, 도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그리고 한 대회 멀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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