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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삼성 잡겠다는 인텔의 출사표…"누구든 3등으로 밀리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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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인텔 본사. 인텔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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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까지 접수하겠다고 나선 미국 인텔의 출사표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지 3개월에 불과한 데다, 사업 특성상 막대한 투자까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울 수 있지만 세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위상을 감안하면 현실감은 더해진다. 파운드리 업계 1, 2위인 TSMC나 삼성전자에도 인텔의 등장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초격차로 앞선 TSMC와 강력한 후발주자로 떠오른 인텔 사이에 낀 삼성전자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인텔,4년만에 TSMC·삼성 기술력 앞서겠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26일 2025년까지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올해 10나노(1나노=10억분의 1m) 공정을 시작으로 매년 공정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2024년부턴 '인텔 20A, 18A'로 이름 붙인 2나노급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게 골자다.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장비(EUV)가 도입되는 18A 공정은 1.8나노 칩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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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공정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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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은 회로 선폭을 좁히는 이른바 '미세공정'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더 미세한 회로를 그려야 작고 전력 효율성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서다. 현재까지 나온 가장 최신 공정은 5나노로 이 공정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양사의 목표는 내년 3나노 공정 양산인데, 현재 10~7나노 수준에 불과한 인텔이 4년 만에 이를 뛰어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텔 초미세 공정 경쟁 뛰어든 이유는


인텔이 3월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할 당시만 해도 7나노 수준의 칩만 위탁 생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은 "앞으로 정보기술(IT) 기기의 첨단화, 자율주행차 시대 개막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텔 역시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게 이번 로드맵 발표로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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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물-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 순위,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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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기의 두뇌격인 AP칩이나 4차 산업시대의 필수로 꼽힌 인공지능(AI) 칩 등은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파운드리 시장 선점에 나선 인텔에 미세 공정 기술력 확보는 필수다. 더구나 미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며 대규모 지원까지 아끼지 않는 터라, 인텔로서도 지금이 첨단 공정 레이스에 뛰어들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인텔이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는 걸 간과하고 애플의 스마트폰 AP 물량을 거부했다가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영향력을 높여준 꼴이 됐다"며 "이번에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인텔도 기술구현 못하면 타격


파운드리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보니, 후발주자의 경우엔 막대한 투자금을 감당해야 한다. 최첨단 공정이 추가될수록 반도체의 신규 라인 건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만약 인텔이 앞서 공언한 대로 4년 내 2나노급 공정 기술 구현에 실패하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기술 개발에 실패하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고, 투자금 회수도 불가능해진다. 최근 파운드리 산업이 호황이지만, TSMC와 삼성전자 이외 다른 파운드리 기업들이 7나노 이하 첨단 공정 레이스에 섣부르게 뛰어들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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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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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인텔이 2나노급 칩 양산에 성공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애플·퀄컴·엔비디아·AMD 4곳이 파운드리 업계의 큰손이다. 지금은 TSMC와 삼성전자가 이들 회사의 첨단 칩을 나눠 생산하는데, 인텔이 여기에 가세하면 수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인텔이 이날 퀄컴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발표에 업계가 술렁인 이유다. 박 학회장은 "항상 그랬듯 반도체 경쟁에서 1~2등만 살아남는다"며 "기술력 경쟁에서 밀린 3위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3파전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TSMC가 기술 초격차로 앞서나가고 있고, 인텔은 미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어서다. 박 학회장은 "미래 AP 시장을 잡기 위한 파운드리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R&D 센터를 짓는 데만 10조 원 넘게 들어가는데 삼성전자는 아무래도 총수 부재로 전략적 투자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게 아쉬운 대목"이라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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