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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은지의 차이나路]죽어가던 훙싱얼커, 기부 선행에 '돈쭐'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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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적자 390억원 불구 88억 기부금에 '애국소비'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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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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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최근 중국 허난성에서 발생한 기록적 폭우로 중국 전역에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진 가운데 중국 토종 스포츠 브랜드인 훙싱얼커가 신드롬급 인기를 나타내고 있다. 훙싱얼커가 허난성 폭우 구호지원금으로 5000만위안(약 88억5000만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준다는 뜻의 신조어)'을 내려는 소비자가 급증한 것이다.

훙싱얼커는 지난 21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허난성 폭우 구호지원금으로 5000만위안을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이 리닝, 안타 등과 같은 중국 토종 스포츠 브랜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기업이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는 사실은 중국 SNS 등을 뜨겁게 달궜다. 홍싱얼커는 지난 2005년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한 첫번째 해외 스포츠 브랜드였으나 다른 브랜드들의 성장 속에 잊힌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에는 부정 회계 이슈로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퇴출당했다. 훙싱얼커의 지난해 적자는 2억2000만위안(약 390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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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싱얼커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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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싱얼커의 기부 소식에 중국 소비자들은 '돈쭐'로 응수했다. 토종 브랜드 다운 결정이 애국심을 자극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되는 훙싱얼커의 티셔츠, 운동화 등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중국 주요 도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이 브랜드 제품이 순식간에 동이 났고 라이브 방송에는 수백만명이 몰리며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도 자신의 SNS에 훙싱얼커 운동화를 신은 인증사진을 올렸다.

한 라이브 방송에서는 진행자가 소개한 제품보다 더 비싼 것이 없느냐는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고,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환불이 가능하다는 설명에는 "안맞으면 차라리 병원에 가서 발 크기를 고쳐오겠다"고 답한 소비자도 있었다.

훙싱얼커의 기부 소식이 알려진 이후인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판매량은 올 상반기 전체 매출에 버금가는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돈쭐'에 주요 매장 제품은 다 팔렸고 마네킹만 남아있다는 SNS 목격담도 이어졌다.

훙싱얼커 물류창고를 담당하는 한 택배기사는 자신의 SNS에 "광군제(중국 최대의 쇼핑축제)를 미리 체험하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지휘부 역할을 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도 이례적으로 훙싱얼커 신드롬에 대해 "선(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사례"라며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아이다스, 안타 등의 라이브 방송에 참여해 "훙싱얼커를 지지한다" 등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안후이성에서 쌍둥이를 낳은 한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돤훙싱, 돤얼커로 지었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소 과열되는 양상을 나타내자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우룽자오는 네티즌들을 향해 "이성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며 "훙싱얼커에 대한 관심에 감사하지만 이 회사를 신격화해선 안 된다"고 자제를 촉구할 정도였다.

우룽자오는 이번 '돈쭐' 현상에 대해 "2000년 회사를 설립한 후 2003년 홍수로 대다수 설비와 원자재가 물에 잠기며 어려움을 겪었었고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2015년에는 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절반 이상의 생산 시설이 불에 탔다"면서도 "비록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나 일부 네티즌들의 언급대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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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쥔 샤오미 창업자가 자신의 SNS에 훙싱얼커 운동화를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출처=레이쥔 웨이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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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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