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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文정부와 여당에 직격탄 날린 한.미 예비역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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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지난 2019년 10월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서 축하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녕하세요, 최근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과 임호영(육사 38기)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이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공동 기고한 글이 화제인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문재인-트럼프 시대, 국방의 정치화 때문에 한미동맹 약화”

브룩스 전 사령관과 임 전 부사령관은 지난달 29일 ‘포린어페어스’에 공동 명의로 게재한 ‘북한과의 일괄 타결’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한미동맹이 약화됐는데, 이는 인기영합적 민족주의를 만족시키려는 ‘국방의 정치화’ 때문이었다”며 “이미 인기영합적(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반미주의와 반(反)동맹 정치를 계속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기영합적 후보’들은 현재 일부 여권 대선 후보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은 “한미동맹은 한국 대선 기간과 그 이후에도 그 연속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통합방공미사일방어시스템과 지휘통제시스템 현대화, 전술핵 확보 같은 핫이슈들이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정치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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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영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연합훈련 문제와 한미동맹 강화 등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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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은 지난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주한미군 훈련 부족 문제도 직설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은 주한미군이 주요 훈련시설에 접근을 못하게 하는 정치적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라며 “기동과 탄약 사용이 가능한 소수 훈련 시설은 준비 태세 유지에 핵심적인데도 훈련장 접근이 제한돼 왔다”고 비판했습니다.

◇ “주한미군 아파치, 훈련 부족으로 일본, 알래스카 재배치 검토”

이 때문에 미국은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 한국 내 특정 병력을 훈련을 위해 일본과 알래스카로의 재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 7월 당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최근에 폐쇄된 사격장, 민간 시위로 불충분한 사격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제병협동훈련을 막는 준비태세를 소모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미군측의 불만은 주한미군에 2개 대대(48대)가 배치돼 있는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훈련 문제가 가장 크다는데요, 과거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에서 훈련을 하다가 소음 등에 대한 민원 때문에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으로 옮겼지만 여기서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훈련이 중단되곤 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한.미 예비역 대장의 이례적인 미 권위지 공동 기고

이번 ‘포린어페어스’ 기고는 몇가지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우선 권위 있는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예비역 미군 대장과 한국군 대장이 공동으로 기고한 건 매우 드문 일이라는 점입니다. 브룩스 장군과 임호영 장군은 지난 2016~2017년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한미연합사에서 사령관과 부사령관으로 호흡을 맞췄던 분들입니다. 브룩스 사령관은 재임 중 애국가를 4절까지 우리말로 부를 정도로 ‘지한파’였고, 임 장군과도 호흡이 잘 맞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동으로 글을 쓰기로 하고 준비를 해왔다고 합니다. 특히 두 사람이 연합사에 있었을 때는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꺼내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고, 한국에선 문재인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물자반입 등에 소극적이어서 힘든 때였다는군요.

임 전 사령관은 “트럼프 정부의 포퓰리즘과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모두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인식 아래 글을 썼다”고 했습니다.

◇ 정치권과 사회, 두 사람의 ‘충언’ 경청할 필요

이번 기고의 큰 틀은 한미동맹 강화와 북한 비핵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어떻게 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한미동맹 체제로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보니 북한의 경제적 안정 유인책과 종전선언 같은 ‘미끼’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보입니다. 임 전 사령관은 “이 모든 것(제안)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초로 대북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진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브룩스 사령관도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제안 중 종전선언 등 일부 사안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악용될 가능성도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미연합사에서 근무했던 한·미 양국군의 최고 수뇌부가 함께 미 권위지에 기고해 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로, 고무적인 변화입니다.

특히 한미 전직 군수뇌부가 함께 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포퓰리즘을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두 사람의 ‘충언’에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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