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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힐 때는 논란, 도쿄에선 '약방의 감초'가 된 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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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B조 예선 한국과 미국의 경기. 5회초 2사 상황에서 김혜성이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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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엔트리(24명)가 발표된 뒤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포지션 중 하나가 유격수다. 집중포화를 받은 선수는 키움 김혜성(22)이었다.

김혜성은 최종엔트리 발표 기준 타율이 0.273(245타수 67안타)로 낮았다. 포지션 경쟁자로 타율 0.313을 기록한 심우준(KT)에 뒤처졌다. 리그 볼넷 1위 2루수 정은원(한화)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더 큰 문제는 수비. 실책이 15개로 리그 전체 1위였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24개)를 성공했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확실한 강점이 없었다. 화살이 그에게 쏠린 이유다.

김경문 감독은 그의 '멀티 능력'에 주목했다. 김혜성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외야수도 가능해 대수비 기용 범위가 넓다. 빠른 발을 갖췄으니 대주자로도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가까스로 태극마크를 단 김혜성은 도쿄올림픽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 감독이 기대대로 '멀티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김혜성은 도쿄올림픽 4경기에 출전해 6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조별리그 2경기에선 모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씩 때려냈다. 대표팀은 현재 2루수 최주환(SSG)의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 수비 출전이 어렵다. 그 자리를 김혜성이 채우고 상위 타선에 찬스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해냈다. 상위 타선이 더 큰 화력을 낼 수 있도록 장작을 모았다.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선 극적인 도루로 대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혜성은 1-3으로 뒤진 9회 무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돼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도루를 예상한 상대 배터리의 견제를 뚫어내고 여유 있게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대표팀은 이후 무사 2루에서 박해민(삼성)의 적시타, 1사 2루에서 이정후(키움)의 2루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2사 3루에서 나온 김현수(LG)의 끝내기 안타로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상승세를 탄 대표팀은 2일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도 승리해 준결승에 안착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전날 경기의 역전승 무드가 이어졌다”고 흡족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끝내기 안타를 친 김현수에 쏠렸지만, 김혜성의 도루도 분위기를 바꾼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김혜성은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가 나오기 전 "올림픽을 목표로 하지 않는 선수는 없을 거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할 거고, 나 역시 똑같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트리 논란을 딛고 김혜성이 '꿈의 무대'에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있다.

도쿄=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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