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테크M 리포트] 카카오T가 택시회사는 아니잖아? 카카오뱅크도 그냥 은행이 아니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수호 기자]

테크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상장이 임박한 가운데 증권사들의 저격 리포트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엔 '연목구어'라는 사자성어까지 써가며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과하다"는 증권사도 등장했다.

이같은 현상은 카카오뱅크를 전통 은행으로 보는 여의도의 시각과 카카오뱅크를 금융 기반 플랫폼으로 바라보는 판교를 중심으로 한 IT업계의 시각이 대립하기 때문에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쪽이 맞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IT업계의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상단인 3만9000원에 결정됐다. 일반청약에서는 무려 58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여의도의 견제구에도 불구하고 금융기반 인터넷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카카오뱅크의 청사진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효과' 고려해도 너무 과한데...답답한 여의도

지난 3일 IBK투자증권은 '연목구어'라는 제목으로 카카오뱅크 분석리포트를 발간,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은행주로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놨다. 연목구어는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함'이라는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다. 쉽게 말해 은행사업자인 카카오뱅크가 인터넷기업과 비슷한 멀티플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 대출 영역의 성장은 수익성 유지가 관건인데,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 중에서도 금리가 가장 낮고, 카카오뱅크가 낮은 금리를 유인책으로 타 은행 고객을 흡수하고자 한다면 수익성 하락이 수반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쉽게 말해 은행의 주수입인 예대마진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서비스는 전체 수익의 8% 수준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익비중의 큰 변화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이어 "은행이 신용대출로만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다른 영역의 대출을 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규모가 커질수록 기존 은행과 이익구조가 비슷해지게 된다"면서 "이러한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사업영역이 플랫폼 사업인데, 빠른 고객 증가와 수수료 수입증가가 예상되지만 그렇다 해도 50배 이상의 PER은 이런 장점과 기대감을 상당한 수준 반영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기대감, 블록된 물량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자 하는 수급적 유리함 등 주가에 유리한 요소가 많지만, 은행으로서의 성장성과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 등이 이미 상당부분 반영돼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상장 후 주가가 추세적으로 의미있게 상승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카카오뱅크 고평가를 지적한 곳은 IBK투자증권 뿐만이 아니다. 지난주 BNK투자증권 역시 "공모주 청약을 해선 안된다"는 비판글을 담은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양사의 결론은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는 은행사업자가 제 분수를 모르고 기업가치를 띄우고 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이 두곳의 증권사 모두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 산하의 증권사다. 기존 금융지주 사업자의 시각으로 카카오뱅크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IB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사업과 관련해 증권사 주식연계계좌 개설 제휴사 대출추천 서비스 신용카드 제휴 등으로 국한했다.

테크M

사진=카카오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 업계 "카카오뱅크의 향후 방향성, 금융지주사는 모르지!"

이에 대해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카카오뱅크가 어떤 사업을 펼칠지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은행사업자의 눈으로 여전히 카카오뱅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토스가 송금수수료 무료화를 선언한 것을 반추해보면 핀테크 사업자는 기존 제도권 사업자와 전혀 다른 빅데이터 기반의 신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이번 공모에 앞서 전체 직원의 약 절반을 개발자로 채웠다. 영업이나 상품운용 인력이 절대 다수인 기존 은행과는 전혀 다른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실제 관련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추후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폭발적인 플랫폼 성장성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업태는 다르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규제 산업인 카카오택시로 출발, 이후 비규제 산업인 네비게이션과 퀵서비스, 항공예약, 차량관리 등으로 확장해나간 것에 주목해야한다는 얘기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자놀이 측면에서 카카오뱅크는 당연히 확장성 측면에서 의문이 일 수밖에 없지만,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통해 생활 금융 영역에서 다양한 신사업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밌는 점은 증권가에서도 카카오뱅크가 그냥 은행이 아니라는 것을 일부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재무적 성과는 보여줬지만 기존 은행주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업가치와 멀티플을 보이고 있어 적정가치에 대한 논의가 많아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공모가에 기준한 카카오뱅크의 PER은 56배, PBR은 3.7배 정도로 산출된다. 기존 은행주의 PBR, PER이 0.44배, 5배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라며 "다시 말해 은행주가 아닌 다른 업종의 멀티플을 부여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기대감 덕에 카카오뱅크 IPO에 앞서, 기관투자자의 약 59.82%가 의무보유를 확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된 주식수를 기준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의무확약은 92.4%, 해외투자자들은 27.4%에 이른다. 이때문에 투자업계에선 상장 직후, 카카오뱅크의 실제 유통물량은 약 8%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SK바이오팜(약 13%), 카카오게임즈(약 20%), 하이브(약 19%) IPO와 비교하면 추정 유통비율이 극히 적은 셈이다. 주가의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카카오뱅크 주식 대량보유자들의 극단적인 매도세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여의도 금융가에서 카카오뱅크 밸류에이션 깎아내리기가 절정을 이뤘지만, 정작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카카오뱅크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라며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은 카카오뱅크 구주 보유자 상당수가 카카오뱅크와의 사업전략 연계를 꾀하고 있어, 단기 매도 가능성도 극히 드물다"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저작권자 Copyright ⓒ 테크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