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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여야 대권주자 탈원전 대립각… 업계 “정권 입맛따라 정책 바뀌어 기업들만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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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들이 모두 탈원전 폐기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에너지 정책이 5년만에 또 바뀔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탈원전 기조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원전 업계는 내년 3월 대선 결과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달라져 기업들만 곤혹을 치르는 일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차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더라도 임기 내 원전산업이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에너지 정책 전면 재구축’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서며 대선주자로 거듭난만큼 에너지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몸값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출마 선언식에 “탈원전정책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구축하겠다”며 “잘못된 이념과 지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의 합리적 추진을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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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6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만나 탈원전 정책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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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탈원전 정책 비판으로 첫 민생 행보를 시작했었다. 그는 지난달 5일과 6일 이틀간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와 카이스트 원자력공학 전공생들을 잇달아 만나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성토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기자들과 만나 “장기간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됐어야 하는 에너지 정책이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문제”라며 “무리하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 실정을 비판할 계획이다. 윤 전 총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대권에 도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여권 대선주자들은 탈원전 논쟁을 비켜가는 모습이다. 굳이 야당 주자들과 탈원전을 놓고 설전을 벌여 탈원전 재고와 원전 활용으로 기운 국민 여론에 반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당 대권주자들은 기본적으로 탈원전 기조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자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은 위험성과 비용 때문에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탈원전 기조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있는 걸 다 없앨 수는 없고 가동 가능한 기간에는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이 지사와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는 울산지역 민영방송인 ubc울산방송에서 출연해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 60년에 걸쳐 원전 의존도를 줄이자는 것으로,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전환 수준이 저조하다”면서 “동남권에 원전이 밀집해 있고 지진이 잦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원전 정책 방향은 당연하며, 당장 모든 원전이 없어지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대선 결과에 따라 탈원전 정책의 명운이 갈리게 됐다. 야권이 정권을 탈환할 경우 탈원전 정책은 폐기되지만, 여권이 승리하면 탈원전 정책은 계속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 여권 주자들이 탈원전 반대 민심이 강하니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대선에서 승리하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력하게 탈원전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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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대선 경선 후보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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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과 에너지 업계에서는 수권 정당이 바뀔 때마다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이 쉽게 뒤집어져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이념에 의해 재단돼서는 안된다”며 “국가 경쟁력과 미래에 대한 로드맵이어야 한다”고 했다.

경제계에서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해당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결국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며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할 경우 경제 주체인 기업과 가계는 투자 등의 중요한 경제 활동을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5년동안 국내 원전산업이 무너져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이를 복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정부가 원전을 다시 늘릴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늘어난 신재생 에너지 기업과 종사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권과 호흡을 맞추며 탈원전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한 에너지 기업 임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정부 예산으로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 종사자들이 굉장히 늘었다”며 “다시 원전을 늘리겠다고 하면 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원전 산업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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