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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문 대통령 서욱 국방장관 사실상 ‘재신임’…절치부심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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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청와대 군 주요지휘관 보고에서 군 독려

“작전 임무 수행한 청해부대원 사기 저하 안 돼”

군내 성폭력은 “강도 높고 철저한 대책 마련해야”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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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인책론’이 불거졌던 서욱 국방장관에 대해 사실상 재신임의 뜻을 밝히면서 군의 ‘절치부심’과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특히, 군의 오랜 고질병인 은폐·왜곡 문화를 다시 드러낸 공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선 “더 강도 높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문제를 근원적으로 바로잡으라”고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주요지휘관 보고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우리 군이 본연의 영역인 안보와 국방에서는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없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왔고, 또 자연재해나 코로나 상황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근래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절치부심하고 심기일전해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거론한 ‘근래 몇 가지 사건’이란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공군 중사 사건과 청해부대 34진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야권 일부에서 제기한 서 장관 ‘인책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며, 사실상 서 재신임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날 회의에는 서욱 장관, 원인철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서욱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1년이 못 되는 기간 동안 코로나19 대응 등에서 적잖은 허점을 드러내왔다. 특히, 올해 봄 이후엔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논란(4~5월),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와 이를 감추려는 은폐·왜곡과 부실수사 의혹(6월), 청해부대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군 안팎에선 “장관의 지도력이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통해 사면초가에 몰린 서 장관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셈이다.

서 장관은 이날 ‘청해부대 후속 조치 및 해외 파병 부대의 방역 대책’과 관련해 “파병 장병 1015명 가운데 95%가 예방접종을 마쳤고, 추후 해외 파병 인원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선발하며, 최신형 유전자증폭(PCR)검사장비의 신규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청해부대 사태로 인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쳤지만 부대는 현지에서 우리 국민과 상선 안전에 대한 작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만큼 부대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공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선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심각한 사건으로, 사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허위 보고와 은폐, 부실 보고 등 사후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면서 “기존 성폭력 대책이 있었지만 더욱 강도 높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여 근원적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6월3일에도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 라인 문제를 살펴보라”며 ‘엄중한 처리’를 지시한 바 있다.

서 장관은 군의 고질적 문제인 ‘병영문화’의 개선책과 관련해 현재 운영 중인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통해 △인권보호와 조직문화 개선 △장병 생활여건 개선 △군 사법 제도 개선과 관련한 여러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군 자체적으로도 자정 능력을 강화해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군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혁신적이고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청와대 당국자는 이날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오늘 보고나 논의 주제는 아니었지만, 서 장관이 ‘현재 코로나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방역 당국 및 미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보고했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길윤형 이완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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