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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코인투자자 60만명, 9월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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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에 선 韓코인시장 (上) ◆

9월 말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기한을 앞두고 거래소 줄폐업이 예상됨에 따라 피해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만 6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거래하는 코인 규모도 하루 약 4000억원에 달해 피해금액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이용자는 총 650만명(중복 포함)에 이른다. 다음으로 규모가 큰 코인빗이 100만명, 고팍스가 80만명이다.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 이용자는 약 50만명(중복 포함)으로 전해진다.

4대 거래소는 9월 말까지 은행 실명계좌 계약이 연장됐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신고는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나머지 50여 개 거래소가 신고하지 못해 폐업하게 된다면 최소 60만명의 이용자가 피해를 보게 될 전망이다. 코인빗과 고팍스에서 실제 거래를 하고 있는 이용자만 각각 50만명 수준인데 이 중 80%는 중복 이용자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때 투자자 피해금액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지만 하루에 거래액 3000억~4000억원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국내 거래소 전체 하루 거래대금이 9조원을 소폭 상회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대 거래소가 약 96%, 나머지 거래소가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거래소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4대 거래소 중 하나라도 신고를 못하게 된다면 피해자는 100만명을 훌쩍 넘기고 증발하는 거래대금도 조단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은 금융당국이 지난달 실시한 현장 컨설팅 결과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는 무척 실망스러웠다"면서 "거래소에 주로 보완할 부분에 대해 컨설팅을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거래소가 크다고 꼭 우량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이른바 '대마불사'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거래소 폐업은 최근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9월 말 신고의 핵심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가 사실상 운영을 중단한 사례가 처음 나왔다. ISMS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부여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공신력을 인정받아 왔다. 지난 3월 ISMS를 획득한 거래소 보라비트는 지난 6월 말께 자사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시스템 개편을 위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이 모조리 '0원'을 기록하고 있다.

[윤원섭 기자]

거래소만 비대해진 코인생태계…투자자 피해 키웠다

거래 금액은 세계 9% 발행은 0.4%…왜곡된 시장

국내선 코인 발행 금지돼
해외서 발행후 우회 상장
시세조종·상장폐지로 연결

국내 거래대금 주식시장 육박
거래소 세계적 규모로 컸는데
K코인 '산업'은 보이지 않아

매일경제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강남센터마저도 지난 3일 운영이 중단됐다. 한 시민이 빗썸 강남센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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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줄폐업 우려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 가상화폐 산업의 기형적인 거래소 중심 구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가상화폐 생태계는 크게 발행·거래·운용 등 3대 시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게 정상이지만 우리는 거래시장만 발달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은 시작부터 불균형적이었다. 정부는 2017년 코인 발행(ICO)과 코인 집합투자를 동시에 금지했다. 발행시장이 불법화됐고 운용시장은 개별 투자만 이뤄지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국내에서 코인 발행이 금지되자 국내 발행사들은 싱가포르, 스위스 등 코인 발행을 허용한 국가에서 발행한 뒤 해당 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상장시키는 우회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코인 상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래소는 △상장 수수료 수취 △시세조종 개입 △무더기 상장폐지 등의 문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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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시장은 위축됐지만 국내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주식시장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졌다. 정부 추정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2조원이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8000조원에 달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개인투자자 기준 장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 거래대금이 4171조3000억원이니 연간으로는 8342조6000억원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가상화폐 조사기관인 코인랭킹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루 거래 규모 기준으로 국내 거래소 중 업비트(2위, 53억9000만달러)와 빗썸(12위, 9억4650만달러)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인원(22위, 1억7147만달러)과 코빗(37위, 2149만달러)도 50위권에 들었다. 1위 거래소 바이낸스(146억7000만달러)와는 격차가 있지만 국내 4대 거래소는 꾸준히 현 지위를 유지해왔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올해 1분기 실적이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투자은행에 따르면, 업비트는 올해 1분기 매출 59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매출인 176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지난 4~5월 호황으로 올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매출만으로 추정하면 4대 거래소 올해 연간 매출은 3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8배 성장한 수치다.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일 기준 전 세계 가상화폐 24시간 거래액은 766억달러였다.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하루 거래액은 72억달러로, 전 세계 거래액 중 약 9.4%에 해당한다.

그러나 거래소를 제외하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가상화폐 산업은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가상화폐 발행시장으로 볼 수 있는 이른바 K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조5634억달러에 달한다. 거래소 391곳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만 1만1149개에 이른다.

전 세계 가상화폐 시총 순위 50위 안에 있는 K코인은 테라(24위)와 클레이튼(43위) 2개뿐이다. 시총은 테라 50억달러, 클레이튼 25억달러다. 전체 가상화폐 시총의 0.4% 수준이다.

가상화폐 운영 부문 역시 한국은 세계 시장에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 전 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 운용사인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트러스트(GBTC)는 운용자산만 225억달러(약 25조원)이지만 국내는 업체 수조차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운용자산을 다 합쳐도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은 "코인 업계가 기술력 부족 등으로 상장 외 다른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고 투자자들 역시 코인 투자에 따른 수익만 노리고 있어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이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월 말 거래소 신고 이후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더 거래소 중심으로 공고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 거래소들은 제도권 편입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를 대거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가상자산 예치, 수탁, 운용, 펀드, 선물, 옵션 등이 있다. 또 부동산, 미술품, 게임 등 기존 산업과 연계해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증권형 토큰 발행 관련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할 수도 있다.

[윤원섭 기자 / 이새하 기자 / 김용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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