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SK, 배터리 10월 분사…공격적 투자 채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SK 이노 배터리 분사 ◆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별도 회사로 만들기로 확정했다. 신설법인은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라는 이름으로 오는 10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와 석유개발(E&P) 사업부를 각각 분할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4일 공시했다.

다음달 16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얻으면 10월 1일자로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SK배터리'와 석유개발을 전담하는 'SK이엔피(가칭)'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는 물적분할 방식이며 분할하는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는 신설회사로 이전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배터리 사업 분할은 지난해부터 심도 있게 논의돼왔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우려가 있겠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본다. 사업 방향성으로 보면 (분할을) 장기적으로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는 올해 2분기 매출 630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하며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5236억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매출 5000억원을 넘어섰다. 2018년 4분기 매출 1000억원을 처음 돌파한 뒤 2년 만에 5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할 소식에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장 초반 6% 넘게 하락했다가 전일 대비 9500원(3.75%) 떨어진 24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이윤재 기자 / 원호섭 기자]

SK "5년내 배터리 세계 톱3"…IPO로 수십조 충전 '승부수'

예상보다 빠른 물적분할 왜

현재 생산능력 年 40GWh로
CATL·LG·파나소닉에 밀려

2030년 500GWh '1위' 목표
치킨게임에 막대한 자금 필요

SK이노 정관에 주식배당 신설
기존 주주에 배터리株 줄 수도

매일경제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기로 했다.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외 경쟁사와 설비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탄'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린다. 앞으로 공정 혁신과 생산량 증대를 통해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시장에서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강화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상장을 앞두고 있듯이 물적분할은 기업공개(IPO)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용이한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분할을 발표하며 이번 분할이 배터리 사업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이상, 2030년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수십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분할을 통한 IPO가 이뤄져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7월 1일 '스토리데이'에서 배터리 사업을 세계 톱티어(선두기업)로 성장시키기 위해 2025년까지 1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증권 업계에서 현재 IPO를 앞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몸값을 최대 10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만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역시 IPO를 통해 수십조 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IPO와 관련해 "구체적 방법, 시기,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배터리 사업 분할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 만큼 IPO 또한 배터리 사업부 실적이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2022년 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할 시기가 예상보다 상당히 앞당겨졌다고 평가했다. LG화학이 지난해 2분기 전지 부문 흑자를 통해 경쟁력이 있음을 시장에 알린 뒤 분할을 진행했던 만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분할도 일러야 2022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워야만 치열한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경쟁사 대비 2~3배나 많은 돈을 배터리에 투자하며 시장점유율을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도 반도체 업계처럼 향후 경쟁력 있는 상위 기업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며 "치킨게임이 발생할 수 있어 2023년부터는 점유율을 더욱 높여야만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5년께 파나소닉을 제치고 배터리 시장점유율 톱3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 40GWh인 생산능력을 2023년 85GWh까지 끌어올리면서 영업이익률 또한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윤형조 SK이노베이션 배터리기획실장은 "미국 2공장, 헝가리 1공장이 가동되는 2022년에는 3개 대륙에서 생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며 "2022년 배터리 부문에서 6조원대 매출 및 BEP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배터리 주식회사는 2025년 이전에 판매량 기준 세계 톱3에 오르고 2030년에는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1위 기업이 된다는 전략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4일 주주총회를 소집하며 정관에 '이익의 배당은 금전,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금전 외에 회사가 보유한 주식, 기타 재산으로 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정관 개정으로 배터리 사업 분할 시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일부 갖고 있는 주주에게 SK배터리 주식을 지급할 수 있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