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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낙연 "서울공항 옮겨 7만호" 이재명에 맞불… 野 "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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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경선 ‘부동산 공약’ 전쟁

이재명 100만호 발표 하루 만에

성남 부지 활용 건설 계획 내놔

이낙연 “난 부지 제시… 차별화”

국방부·지역 주민 동의 미지수

野 “실현 불가능한 허언” 비판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7월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 협약식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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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 후보가 4일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 부지에 3만호, 인근 지역에 4만호 등 총 7만호를 신규 공급하는 내용의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경쟁자인 이재명 경선 후보가 전날 핵심 공약인 기본주택 100만호 이상 공급 공약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국가 기간시설이자 중요보안시설인 서울공항의 특성과 향후 지역사회 동의 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낙연 후보는 이날 발표에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통합하고 해당 부지에 주택 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공항 이전에 따른 고도제한 해제로 주변 지역에 4만호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해당 부지에 “공공 주도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대부분 국유지이고 이미 도로, 지하철 등의 기반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조성원가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도제한 규제 해제 지역에는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발이익환수를 100분의 50까지 높여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후보의 이날 공약은 부지와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후보들이 주택 공급 공약을 내놓는데 주택을 어디에 지을지에 대한 말이 없다”며 “처음으로 대규모 부지를 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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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기본주택'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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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재명 후보는 전날 대통령 당선 시 임기 내 주택공급을 250만호 이상을 공급하고, 이 중 기본주택을 100만호 이상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본주택은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면 누구나 건설원가 수준의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이재명 후보는 다만 ‘구체적인 기본주택 공급위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기본주택 예상 부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낙연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인 공공 주도 공급과 공공성 강화 유지 기조를 이어나갈 것을 강조했다. 고도제한 규제 해제 지역의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발이익환수를 100분의 50까지 높여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공항에 신도시를 짓는다는 공약은 추진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국가 기간시설이면서 중요보안시설인 서울공항을 이전하면서까지 아파트를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통령 전용기, 국빈 이용기 운영 등의 기능을 이전받아야 하는 김포공항도 이미 과포화 상태라 다른 민항기 운항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전용기 등에 대한 보안확보 방안도 새로 마련되어야 한다. 국방부와 미군 등이 서울공항 이전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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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 공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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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변수는 지역사회의 동의 여부다. 서울공항처럼 국가 소유라 쉽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 노원구 태릉CC 개발도 인근 주민의 반발에 부닥쳐 난항을 겪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공항 이전 후 신도시 조성 계획은 자족기능이 풍부한 인근의 판교와 강남 연계성 등을 감안할 때 긍정적이긴 한데 문제는 지자체와 주민 동의”라며 “군 공항이 이전해도 공원을 조성하거나 유보지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신도시로 기반시설이 과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태릉CC나 자치단체장 소환까지 추진된 과천의 경우가 재발하지 않도록 충분한 의견수렴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실현 가능성 없는 허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서울공항 이전은 2000년대 초반부터 거론됐는데 안보문제와 직결돼 국방부가 반대해왔다”며 “기본적인 안보 국방 전략까지도 무시하는 이런 공약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신뢰성도 주기 힘들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도 통화에서 “정부는 1년 전 8·4 부동산대책에서 정부 과천청사 앞에 아파트 4000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집권당 후보는 허황된 공약을 내놓기보다 정부의 자성을 촉구하고 정부의 대국민 약속부터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은 “김포공항은 도시 한복판에 있어서 확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표를 얻겠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부지를 억지로 만들어 갈등을 일으키지 말고 기존 부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진, 나기천, 김병관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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