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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체조전설' 시몬 바일스의 마지막 춤[플랫] [오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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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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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평균대 결승에서 시몬 바일스가 평균대 위에서 연기하고 있다. 이날 바일스는 동메달을 땄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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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선수의 가장 위대한 마지막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reatest of All Time)’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24)에겐 이런 수식어가 붙어있다. 미국인들에게 그는 육상의 우사인 볼트,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에 비견되는 전설이다. 그는 2013년 이후 단 한번도 세계대회 개인종합 우승을 놓치지 않았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4관왕을 달성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그가 "최소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바일스는 지난달 27일 여자 단체전에서 도마 연기를 펼친 뒤 돌연 기권했다. 이어진 개인종합과 종목별 경기(도마, 이단평행봉, 마루운동)도 기권했다. 그는 전날 “온 세상을 어깨에 짊어진 것 같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을 정도로 올림픽 무대의 중압감을 크게 느꼈다. 단체전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몸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며 기권을 선택한 이유를 당당히 설명했다.

그는 예선이 끝나고부터 몸이 위아래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른바 ‘트위스티스’ 현상을 겪었다. 어떻게 착지를 해야할지도 잊었다. 이때문에 기계체조 최종일에 열리는 평균대 결선도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바일스는 자신이 은퇴 무대로 선언한 도쿄 올림픽의 마지막 종목에는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바일스에겐 상대적으로 이단 평행봉과 함께 약한 종목으로 꼽히는 종목이다. 바일스는 예선 7위로 평균대 결선에 올랐다.

3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 긴장된 얼굴의 바일스는 심호흡과 함께 평균대 가운데로 올라왔다. 앉은 채로 오른쪽 발로만 세 바퀴를 도는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자신의 장기인 파워풀한 점프로 날아올라 실수 없이 착지했다. 90초의 짧은 연기를 마친 바일스는 만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었고, 연기가 끝난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바일스의 체조 인생엔 굴곡이 많았다. 1997년생인 그는 약물중독자인 어머니에게 버려지고 3살때 외할아버지에게 입양됐다. 집근처 체육관에서 우연히 기계체조를 접했고, 흑인 선수 최초로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딴 세계대회 메달만 30개가 넘는 바일스의 올해 나이는 24살. 보통의 체조선수들이 10대 중후반 전성기를 누리고 20세쯤 은퇴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미 적지 않은 나이다. 그는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다는 소식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을 정도로 심적 부담이 컸다고 한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내면서까지, 바일스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미국을 충격에 빠뜨린 ‘래리 나사르’ 사건 이후 처음 열린 올림픽이다.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였던 나사르는 전현직 선수를 비롯한 여성 260명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 바일스도 피해생존자 중 한 명이다. 바일스는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사르의 성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누군가는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만약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 일은 그냥 지나갈 것이다. 내가 이곳(체조계)에서 영향력을 가져야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평균대 결선에서 그의 합산 점수는 14.000점. 중국의 관천천(합계 14.633), 탕시징(합계 14.233)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도쿄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번 동메달이 “여태껏 땄던 모든 금메달보다 의미가 크다”고 했다. 끝까지 경이로운 전설의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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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고쿠기칸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복싱 여자 페더(54-57kg)급 결승에서 일본의 이리에 시오가 필리핀의 네스테 페테시오를 꺾고 금메달을 딴 후 서로 축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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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보며 키운 복싱 챔피언의 꿈



어린 시절 읽은 한 권의 만화책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을 좇아 세계챔피언이 되는 주인공을 보고 문득 복싱 선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제목은 <간바레 겐키>. 중고서점을 뒤져 모두 28권이나 되는 책 전권을 구입해 독파했다. 3일 일본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금메달(페더급)은 따낸 이리에 세나(21) 이야기다.

이리에가 자신의 다짐대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만화같았다. 그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복서의 길을 걸었다. 정식으로 복싱에 입문한 것은 고향인 돗토리현 요나고시에 있는 유일한 복싱체육관 ‘슈가너클 복싱짐’에 등록하면서다. 신문지를 둘둘 말아 손에 끼고 글러브를 대신해 거울 앞에 섰던 소녀는 이때부터 진짜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올랐다.

매일 자신의 연습 내용과 해야할 과제를 노트에 적었다. 이름하여 ‘비밀 계획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비밀 계획서에는 이리에의 야심찬 목표가 적혀 있었다. “스무살 때 올림픽 대표로 뽑혀 금메달을 딴다.” 그를 지도한 체육관장은 “이리에는 잽과 스트레이트를 때리는 연습을 몇 시간 계속할 수 있을 정도로 근성과 체력이 탁월하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이리에는 “대학 4년 때 일본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복싱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해 사람들을 또 한번 깜짝 놀라게 헀다. ‘개구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의 장래 희망은 ‘개구리 관련 회사’에 취직하는 것. 그러나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런 회사를 찾기 힘들었다”며 “대신 게임업체에 취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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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8강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신유빈이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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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선수,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신유빈(17·대한항공)은 믹스드존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 눈가가 빨개진 채 “성적으로 보답 못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학교다닐 때 꼭 있는, “한 개 틀려서 미안한” 모범생 친구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3일 탁구 여자단체 8강 독일전(2-3 패)을 끝으로 모든 경기 일정을 마무리했다.

신유빈은 대회 내내 화제였다. 어릴 때부터 ‘탁구 신동’으로 주목 받으며 TV 예능 프로그램 여기저기에 나섰다. 많은 팬들이 “아, 그때 그 신동”이라는 기억을 떠올렸다.

첫 출전 올림픽이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탁구를 보여줬다. 다양한 ‘강호의 고수’들과 만나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하는 어린 주인공을 떠올리게 했다. 개인 16강에서 58세의 노장 니시아리안(룩셈부르크)과 팽팽한 승부를 벌이며 성장했고, 단체 8강에서도 독일의 베테랑 한잉(38)의 색다른 스타일에 맞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더 나은 탁구를 했다.

 [도쿄 라이브]1개 틀려서 미안하고 죄송한 '우등생' 신유빈

이용균 기자 noda@khan.kr
이정호 기자 alpha@khan.kr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han.kr
심윤지 기자 sharpsim@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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