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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김여정 압박후…與의원 58명 "한미훈련 연기" 연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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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자"는 연판장을 당에 돌린 설훈 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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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번 달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자”는 주장을 담은 연판장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담화에서 사실상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한 상황에서,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남북이 1년 만에 통신선을 전격 복원하는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점이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도 연기가 필요하다”며 “의원단에 연판장을 돌려 4일까지 58명이 서명했다. 내일(5일) 60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 의원은 “5일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훈련 연기의 필요성을 국민께 보고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공개적으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요구하겠다는 뜻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하자”는 주장은 지난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지난달 27일 통신선 복원으로 완화되며 조금씩 분출하기 시작했다. 통신선 복원을 주도한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연합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고위 관계자)며 연기론을 앞장서서 띄웠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자, 정부·여당 내 연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서는 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연기론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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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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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여권 대선 후보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코로나도 확산되고 있고, 남북 간 통신 연락선 재개도 합의됐기 때문에 그런 여러 가지를 감안해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며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이날 ‘한미연합훈련 연기 연판장’을 주도한 설훈 의원은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연기론과는 선을 그어 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앞서 지난 2일 최고위에서 “(한미연합훈련은) 김 부부장이 말한 대로 적대적 훈련이 아니라 평화 유지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며 “전시작전권 회수를 위한 필수 훈련이기도 하다. 이것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연기 불가론’을 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의 ‘훈련 연기’ 연판장을 두고 당 지도부는 “송 대표 의지와 무관한 돌출 행동”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당 지도부가 못 이기는 척하면서 받아들이기로, 사전에 조율된 행동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조정 가능성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군 주요 지휘관으로부터 국방 현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도 언급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코로나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여 방역 당국 및 미 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보고했고, 이에 문 대통령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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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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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국방부가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훈련 시행에 무게를 싣고 청와대가 “청와대 입장은 군 당국에서 밝힌 바와 같다”고 표현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훈련 연기 가능성을 열어둔 변화가 감지된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 남북관계와 관련한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나’라는 물음에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정원 보고 등을 고려해 훈련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이 변화된 것이 있나’라는 물음에도 “없다”고만 답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군 주요 지휘관을 청와대로 부른 배경에 대해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과 청해부대 코로나 감염 등이 발생했다는 점, 코로나 유행 및 폭염 상황에서 장병들의 안전이 각별히 요구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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